나도 그중 하나였다. 2010년 어느 날 판촉 전화가 왔다. 정보 출처를 추적하던 중 대학생 때 넘긴 정보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가끔 전화가 와도 “관심없다”고 끊었는데 10년 이상 내 정보를 보관한 것이다. 매장이 10년간 살아남은 데 감탄해야 할지, 그동안 같은 전화번호를 쓴 나 자신을 탓해야 할지, 2000원에 산 개인정보로 ‘뽕을 뽑은’ 경제관념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헷갈렸다.
2000년대 초반까지 개인정보 제공은 이런 식이었다. 이벤트를 가장해 연락처와 관련 정보를 적게 했다. 참여자들은 마케팅 활용 여부도 몰랐을뿐더러 신청서에는 정보 제공을 동의하는 체크박스도, 관련 권리 고지도 없었다. 사실상 ‘종신계약’이다.
정진수 경제부 기자 |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정보 제공은 세련미를 더했다. 결제 직전에는 어김없이 ‘1% 할인쿠폰’, ‘2000원 할인 쿠폰’ 창이 튀어올랐다. 깨알같은 글씨로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고지가 떴다. 정보 제공과 정보 통제권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많은 직장인이 몇천원을 아끼려고 할인쿠폰 받기를 클릭했다. ‘전화 오면 끊으면 되지’라는 안일한 판단에서다.
이후 은행 상품이나 인터넷 사이트 가입 때마다 정보 제공에 동의를 표시해야 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조차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개인정보 제공·판매·유통은 10년이 넘는 동안 이렇게 지능화했다.
나는 결과적으로 개인정보를 ‘헐값에’ 팔아넘겼다. 화장품회사 판촉행사에 참여하고, 경품에 응모하고,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정보제공란에 체크했지만 고스란히 정보를 털린 셈이다. 딱 한번 1% 할인쿠폰에 눈이 멀어 정보 제공에 동의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을까. 아니다. 10년이 넘도록, 허가하지 않은 곳까지 정보가 유통된다는 것은 ‘거래 조건’에 없었다. 이것이 개인정보 보호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데 대해 많은 직장인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정진수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