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건물주 측에서는 곤란하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주택’으로 등록돼 있어 관련 자료를 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해괴한 이야기다. 내가 건물주와 맺은 건 상가임대차계약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뭐라 답할지 생각하던 차에 수화기 너머로 설명이 이어졌다. 장황했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통화 말미에 그는 월세로 받는 환급금이 얼마인지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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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중 체육부 기자 |
하지만 탈세의 공범이 되는 것만 같아 머뭇거렸다. 그는 다른 제안을 했다. 돈 받는 게 부담스러우면 다음 달 월세에서 그만큼 제하고 보내도 된단다. 조삼모사라는 말이 책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실소가 터졌다. 이걸 동의의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는 서로에게 간편한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연말정산 간소화에 일조한다고 착각할 법한 어조였다. “절대 신고는 안 된다”는 말로 통화는 마무리됐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환급금을 계산할 때 공제율을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월세에 대한 공제율은 50%니 두 배의 금액을 부른 것이다. 그런데도 건물주 측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큰 제안을 한 것이다. 그 배경을 생각했다. 듣기로 건물주는 내가 사는 곳 외에도 여러 채의 원룸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이 대학가여서 연말정산용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같은 예외적인 경우만 이렇게 무마하는 게 이익이라는 셈법에서였으리라.
어영부영하다 정산 기한이 지났고 월세 납입분은 연말정산에서 누락됐다. 누락분에 대해서는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기간을 이용할 수 있고, 그마저도 놓치면 경정청구를 하면 된다. 몇 푼 안 되는 공제액으로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엄연히 잘못된 일이니만큼 5월에는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문득 먼 구호처럼만 느껴졌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떠올랐다. 정상화는 요원하되 비정상적인 것들이 주위에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쳤다.
이우중 체육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