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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베스트컷] 배우 황정민의 '데드맨 워킹'…"숀펜 연기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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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오래동안 뇌리에 남은 감동적인 영화 한 두편 또는  영화의 명장면이 있을 것이다. 대개 이런 영화는 비디오나 DVD를 구매해 소장하거나 VOD 서비스를 이용해 몇 번이고 반복해 보곤 한다. 그렇다면 직업적으로 수많은 영화를 봐야 하는  배우나 감독, 제작자들이 꼽은 영화의 명장면은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영화계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말하는 '잊을 수 없는 영화의 한 장면'을 '나의 베스트컷'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영화 '신세계'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올해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에서 순정남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황정민은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배우이자 감독인 팀 로빈스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데드맨 워킹’(1996)의 한 장면을 추천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멜로, 액션, 코미디 등 어느 장르에서든 캐릭터에 몰입해 혼신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그가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숀 펜의 작품을 선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Information


제목: 데드맨 워킹
감독: 팀 로빈스
국내개봉: 1996년 7월20일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22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영화 ‘데드맨 워킹’은 1996년 국내 상영 당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사형제도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실존인물인 헬렌 프리진 수녀가 사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 매튜 폰스렛과 보낸 일주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당시 팀 로빈스 감독의 아내이기도 했던 수잔 서랜던이 여주인공 프리진 수녀를 연기했고, 연기파 배우 숀 펜은 매튜 폰스렛 역을 맡아 죽음을 앞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심리를 사실감있게 표현해냈다. 이 작품으로 서랜던은 1996년 열린 제6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펜은 같은 해 제4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황정민 Says..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결말부에서 사형 집행하는 모습과 그가 저지른 살인 장면을 교차 편집한 대목에서 인간의 죽음을 박탈하는 일은 개인이건 사회건 살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죠.

그리고 수잔 서랜던의 안정되고 과장되지 않은 연기와 죽음을 눈앞에 둔 인간의 공포를 너무나 잘 표현한 숀 펜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 ABOUT MOVIE 

영화는 폰스렛의 편지를 받은 프리진 수녀가 감옥으로 그를 찾아오면서 시작한다. 자신이 누린 가족의 행복을 타인에게 베풀기 위해 수녀가 됐다는 그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앞장선다.

하지만 곧 혼란에 휩싸인다. 자신은 결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폰스렛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뿐더러, 피해자 가족의 거센 비난과 반발에 부딪힌 것. 가뜩이나 폰스렛은 히틀러를 찬양하며 테러조직에 가입하고 싶다는 둥 위험한 발언을 일삼아 언론과 지역사회로부터 이미 많은 반감을 산 인물이었다.

그런 자에게도 인간의 존엄성은 유효한 것인지, 살인이 또 다른 살인을 낳는 사형이라는 제도는 과연 정당한 것인지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영화는 끊임없이 프리진 수녀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전반부는 프리진 수녀와 폰스렛의 첫 만남과 인권단체의 사형 반대 움직임을, 후반부는 사형이 집행되는 전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폰스렛은 마지막에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인은 옳지 않아요. 그 주체가 나든, 여러분이든, 정부든”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사형대에 누운 폰스렛에게 세 가지 약물이 투여되는데, 그 모든 장면을 피해자 가족들과 프리진 수녀, 그리고 관객들이 지켜본다. 사형제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팀 로빈스 감독은 사형 과정을 1분1초까지 놓치지 않고 보여줌으로서 관찰자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폰스렛이 진짜 살인을 저질렀는지 여부는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는 듯하다. 다만, 많은 내적 고민과 흔들림에도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폰스렛을 마지막 순간까지 죄인이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프리진 수녀의 숭고한 정신은 영화가 개봉한 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깊은 깨달음과 감동을 안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영화 '데드맨 워킹'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