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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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XL1, 1리터로 111km 달린다 거짓말한 이유?

2009년 쉐보레 볼트도 같은 방법으로 98km 달린다 주장해 당황케해, 배터리 방전으로 주행도 못하고…아쉬운 한국 로드쇼 / 배터리 충전은 공짜로 가정해 계산한 리터당 111km의 연비. 현실성 없어…지적도.

폴크스바겐이 ‘1리터 차’라고 주장하는 XL1이 한국도로를 달렸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10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서 XL1 공개행사를 갖고 일주일 간 전국 9개 도시를 순회하는 로드쇼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XL1은 지난 2002년부터 퍼디난드 피에히 회장의 지시로 개발을 시작했다. 목표는 ‘연료 1ℓ로 100㎞ 거리를 주행한다’는 것. 폴크스바겐은 10년 이상 끌어온 목표를 달성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실제 XL1은 10ℓ의 경유를 채우고 500㎞ 남짓 주행하는 차로 실제 연비는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 10일 서울 광화문에 전시한 폴크스바겐 XL1. 폴크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언론사를 모아두고 1리터로 111km를 주행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다일 기자
폴크스바겐코리아가 광화문 일대를 달리며 언론에 공개하려던 XL1은 이날 배터리 방전으로 주행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제주도, 명동에서 독특한 모습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지만 이날의 문제는 배터리와 전기였다.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오전에 히터 스위치가 켜 있어서 차가 방전됐다”며 “기본 충전을 시작해야 차가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 취재용 촬영도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이 차의 실제 연비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폴크스바겐은 1ℓ로 100㎞를 주행한다고 밝혔지만 꼼수가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XL1은 전기모터와 디젤 엔진으로 주행하는 차로 배터리를 가득 채웠을 때 약 50㎞ 거리를 전기모터로만 주행한다. 이후 디젤 연료를 사용해 누적 주행거리 111㎞까지 달리면 연비가 ℓ당 111㎞가 된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전기 충전까지 연비에 고려해야하지만 배터리는 공짜로 충전했다는 가정이 포함됐고 그마저도 초기 111㎞까지만 연비가 발표대로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 폴크스바겐 XL1은 배터리 방전으로 이날 예정된 주행행사조차 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충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보험사 긴급출동까지 부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진=이다일 기자
이 같은 주장은 지난 2009년 쉐보레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볼트’를 출시하며 똑같이 사용했던 과장법이다. 당시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츠 핸더슨 회장이 “쉐보레 볼트는 휘발유 1ℓ로 98㎞를 달린다”고 발표했지만 초기 64㎞를 이미 충전한 배터리로만 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폴크스바겐의 XL1 역시 높은 연비의 차를 바라는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27마력(20kW)의 전기모터로 초기 50㎞까지 주행하고 나머지 거리를 1ℓ의 경유로 달리면 총 111㎞를 달린다는 엉뚱한 계산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에 확인한 결과 이 차는 “10ℓ의 경유를 가득 채우면 최소 500㎞를 주행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를 연료효율로 환산하면, 즉 연비는 경유 1ℓ당 50㎞ 주행이다. 리터당 50㎞ 역시 높은 연비는 틀림없지만 2명이 탑승하고 무게를 795㎏으로 낮춰 극단적으로 제작했으며 탄소섬유를 적용해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일도, 신기술도 아니다. 연비 또한 국내 기준 복합연비가 아니고 유럽에서 측정한 것도 고려해야한다.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하고 단지 ‘1ℓ로 111㎞를 달리는 차’ 혹은 ‘높은 연비와 기술을 갖춘 미래의 차’라고 알리는 일은 폴크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해보려는 작은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