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복지급여 부정수급 문제를 비정상의 정상화 핵심과제로 정하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혜택이 전달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으론 복지영역별 법령 개정과 통합전산망 개선, 복지·상조·관혼 분야 불공정 관행 개선 등을 제시했다.
17개 정부부처와 기관이 올해 운용하는 복지사업 예산은 106조4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29.9%에 이른다. 복지급여와 서비스, 사회보장보험, 공공부조, 복지시설 보조금 등에 투입된다. 그러나 복지 전달체계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복지예산 누수 규모는 연간 5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관리 시스템 부실과 도덕적 해이 등이 원인이다. 원생을 허위등록해 보조금을 편취한 어린이집, 재산과 소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은닉하고 보조금을 타낸 가짜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을 자기 통장으로 이체한 복지담당 공무원 등등 실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복지예산 횡령 수법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공급자와 수급자 간 담합이나 브로커가 개입된 조직적 불법행위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복지 혈세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결과다. 정부당국은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 복지의 그늘이 이렇게 짙은데도 당국은 고작 재탕, 삼탕 수준의 카드를 꺼내든다. 현실 인식이 한가한 것인가, 아이디어가 고갈된 것인가.
복지부는 어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개선안과 노인 치매관리 대책도 발표했다. 하나같이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 주지만 건보재정엔 압박을 가할 대책들이다. 복지예산 누수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의료복지도 지속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거듭 되새겨야 한다.
복지전달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복지예산 누수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 보완 및 제도 개선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물망을 더욱 촘촘히 짜야 한다. 허위·부정 청구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서너 배를 물리는 ‘징벌환수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련 공무원은 일벌백계에 처해야 한다. 비리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도 보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미봉책만 내놓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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