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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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부족에 운 여고생… 4년 뒤 평창 ‘최강’ 별러

입력 : 2014-02-16 20:23:04
수정 : 2014-02-16 23: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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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쇼트트랙 심석희, 1500m 아쉬운 銀
中 저우양에 막판 역전 허용, 첫 올림픽 레이스 운영 미숙
탁월한 신체조건·성실함 갖춰 “한국 女쇼트 10년 이끌 보배”
쇼트트랙 여고생 에이스 심석희(17·세화여고·사진)가 2018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15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중국의 저우양(23)에게 밀려 아쉽게 2위에 오른 심석희는 대회 개막 전부터 ‘피겨 여왕’ 김연아(24),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와 더불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한국 쇼트트랙이 대회 전부터 갖은 악재에 시달려 온 가운데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였던 심석희는 자신의 주종목에서 막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이끌 선수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4관왕에 등극한 전이경,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진선유에 이어 심석희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앞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10년을 이끌 보배로 꼽힌다.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을 시키고자 아버지 심교광(51)씨가 강릉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에서 사업을 하게 됐을 정도로 심석희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자랐다. 심석희는 보답했다. 그는 주니어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집하며 효자 종목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떠올랐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오륜중에 재학 중인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치러진 동계 유스올림픽에서 2관왕(500m·1000m)에 오르며 예비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시니어 무대에 첫선을 보인 2012∼13시즌 6차례 월드컵에서는 금메달을 독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1차 대회 3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1500m는 6개 대회 모두 시상대 꼭대기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고등학생이 된 지난해 2013∼14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한 그는 월드컵에서도 매대회 금메달을 챙겼다. 1차 대회에서 3관왕(1000m·1500m·3000m 계주)에 올랐다. 서울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는 1500m에서 김아랑에게 우승을 내줬으나 이어진 1000m와 3000m 계주에서 2관왕을 차지해 상승세를 유지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첫 대회인 3차 월드컵에서 다시 3관왕에 복귀해 건재를 뽐낸 그는 4차 대회에서는 다른 국가의 견제에 시달리면서도 금·은·동메달을 1개씩 목에 걸어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다. 

심석희(세화여고)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올림픽 파크 내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어보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174㎝의 큰 키에서 비롯된 체격 조건과 지구력을 갖춘 심석희는 막판 스퍼트에서 강점을 보인다. 어린 나이에도 심석희가 빙상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한국 쇼트트랙이 갖지 못했던 탁월한 신체 조건에 있다. 소문난 ‘연습 벌레’로 재능과 성실함을 갖췄다. 경기장 밖에서는 말 한마디를 꺼내기도 조심스러워하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빙판 위에서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포커페이스와 대범함을 갖춘 승부사로 변신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대회가 올림픽 첫 출전일 정도로 경험이 부족한 탓에 아직 레이스 운영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실제 15일 1500m 결승에서도 막판까지 레이스를 주도하다가 마지막에 코너를 파고든 백전노장 저우양을 막지 못해 목표로 잡았던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