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한국에서의 선수 경력을 마감하고, 러시아인으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나서 금메달을 손에 쥔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그의 성공담은 우리 사회에 씁쓸한 숙제처럼 남았다. 그가 국적까지 바꿔가며 한국 선수와 경쟁하게 된 이면에는 편 가르기와 파벌 싸움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 숨어 있다는 성토가 나온다.
안현수 입장에서 보자면 기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의 사연은 더 나은 삶을 위해 국적을 고를 수 있게 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듯하다. 1989년에야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될 정도로 다른 나라로의 이동조차 자유롭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국적을 바꾼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세계화 물결과 함께 마음에 드는 나라에서 공부나 일을 하며 ‘제2의 고향’으로 삼는 한국인이나, 반대로 우리나라가 좋다며 귀화한 외국인이 많아졌다.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연보(2012년)를 보면 귀화나 국적 회복으로 한국인이 된 사람은 1991년 538명에서 2012년 1만2527명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국적 상실·이탈로 한국인임을 포기한 사람도 2012년 1만8464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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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소용 국제부 기자 |
지인 B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공부한 뒤 독일 회사에 들어가 간부까지 됐다. 한국보다 독일에서 산 기간이 더 긴 그는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국내 명문대의 해외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외국인 교수로 초빙돼 현재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반평생을 독일에서 산 C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서 귀화한 뒤 시골 한옥에서 한국식 공방을 꾸리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같이 살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일까, 외국인일까. 법률상의 국적을 제쳐놓고 본다면 태어난 국가, 자란 국가, 일하며 생활하는 국가 중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까.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인재 유치 경쟁이 날로 확산되는 시대다. 병역이나 세금회피 등의 목적으로 ‘국적 세탁’을 하는 경우는 도덕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키워주는 나라를 선택하는 자유는 개인의 몫으로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국인의 국적 포기 사례에 일일이 반응하기 전에 인재가 몰려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노력이 아쉽다.
백소용 국제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