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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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지신호등…120m 질주’ 아버지를 앗아간 급발진 사고

부품 수만개로 구성된 자동차는 작은 곳 하나라도 잘못되면 큰 사고를 유발한다. 우리 곁에 없어서 안 되는 중요한 존재지만 그만큼 언제든 사람 목숨을 뺏어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잠재돼 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고가 나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바쁠 뿐 희생된 사람은 금방 잊힌다. 이런 가운데 자녀와 함께 아내의 퇴근을 기다리던 50대 남성이 급발진으로 숨진 사고가 광주에서 발생했다.

4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7시20분쯤 광주시 광산구의 한 공장 주차장에서 김모(50)씨의 승용차가 공장 외벽에 돌진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김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동승한 김씨의 딸(22)과 아들(19)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이날 김씨는 자녀와 함께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의 퇴근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후 김씨의 아내가 차를 타기 위해 접근하던 중, 갑자기 차량이 공장 외벽을 향해 120m가량 달리는 장면이 공장 CCTV에 포착됐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차량 정지신호등에 수 초 동안 불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엑셀레이터가 아닌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뜻이다. 김씨의 딸도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계속 달렸다”고 진술했다.

사고가 난 차량은 지난 2000년에 출고됐으며, 최근 김씨가 중고차 시장에서 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지신호등이 켜진 점과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급발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국과수에 차량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