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일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돈을 벌 능력이 없는지를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설명하면서 비참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홍씨는 7일 “돈을 주는 나라에 고마우면서도 패배감에 젖게 된다”며 “최소 20년 여생도 이렇게 짐 덩어리로 산다면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가 열렸지만 복지가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국가 위상에 걸맞게 복지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빈곤층을 바라보는 사회구성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상당수의 국민들이 복지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복지정책 실현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보사연이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0%는 세금을 더 내면서 복지 혜택을 더 받는 것보다는 증세 없이 최소한 현재 상태의 복지 수준 유지 정도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영 서울시립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개인의 빈곤을 부르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해 기초생활수급자는 ‘공짜로 얻어 먹는 사람’이라는 국민 정서를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