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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중국시장 공략 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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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삼인행’전 작가 訪中… 10월 베이징 초청전 논의
한국 미술의 본격적인 중국 진출에 시동이 걸렸다. 세계일보가 주관하는 ‘삼인행(三人行)’전 작가들이 이달 초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미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10월 금일미술관(今日美術館) 초정전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다. 중국 주류 미술계 인사의 기획으로 전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중국 측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8월엔 베이징대 주관으로 삼인행 참여 한국 작가들에 대한 세미나도 열린다. 이 자리에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평론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왈종·김경렬·김현정 삼인행전 작가들은 가장 먼저 중국 문화계의 거목 펑치융(馮其庸·92) 선생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 퉁저우(通州)구에 위치한 그의 자택을 방문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천거로 1954년 인민대학 교수가 된 펑치융 선생은 삼인행 작가들과 동아시아 예술 전반에 대해 ‘짧은 토론’을 마친 후 삼인행 중국 전시와 관련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과 중국이 ‘제2 실크로드 문화 부흥’의 지역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작가들의 중국 진출은 활성화돼야 한다.” 그는 동석한 이왈종 화백이 홍루몽 소설 삽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고 “홍루몽 소설이 보급형으로 번역 출간되는 과정에서 다른 얘기로 많이 둔갑됐다”며 “조설근 작가의 집안 몰락이라는 슬픈 얘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펑치융 선생은 중국예술연구원 원장, 인민대학 국학원(國學院) 원장, 중국문자박물관 관장, 중국홍루몽학회 회장, 중국한화(漢畵)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중국예술연구원 종신연구원, 인민대학 국학원 명예원장, 중국문자박물관 명예관장, 중국홍루몽학회 명예회장, 중국한화학회 명예회장, 중국둔황투루판(敦煌吐魯番)학회 고문 등 직책을 맡고 있다.

펑치융 선생은 홍루몽학의 태두로 중국문화사, 희곡사, 예술사, 고고학, 문자학, 서화작품, 시사(詩詞)작품, 중국서부지역문화예술역사 분야 등의 대가로 현재 중국 국학계를 대표하는 원로다. 1998년엔 중국미술관에서 ‘펑치융 서화전’을 열었고, 그해 8월 삼장법사가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온 옛길을 1355년 만에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2012년엔 그간의 글을 모아 ‘과반루총고(瓜飯樓叢稿)’ 35권을 출간했다. 같은 해 그의 고향인 우시(無錫)에 펑치융 학술관이 건립됐다. 

금일미술관 전시장을 찾은 삼인행 작가들. 왼쪽부터 가오펑 관장, 이왈종 화백, 김현정 작가, 펑펑 교수, 김경렬 작가.
삼인행 작가들은 이어서 전시기획자인 펑펑(彭鋒) 교수와 금일미술관 가오펑(高鵬) 관장을 만나 구체적인 전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펑펑 교수는 “한국 작가 3인의 작품들이 각자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어 흥미롭다“며 기대를 표명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작가의 중국 전시는 규모도 작았지만 한국인들만 동원돼 한국 국내시장용 전시라는 인상을 지울수 없었다”며 “삼인행전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에 의한 중국 미술시장을 향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예술계에 스며들 수 있는 바탕깔기와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며 이번 전시가 그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한국 화랑들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진단을 했다. “2003∼2008년 중국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2005년이 피크였다. 2008년 이후 중국의 많은 화랑들이 문을 닫았다. 한국 화랑들도 그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하지만 유럽계 화랑들은 살아남았다. 한국 화랑들의 면역력이 약했다는 얘기다.”

펑펑 교수는 “중국의 노년층은 자국 작가 작품만 사는 경향이 있지만 젊은 층은 외국 작가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중국 미술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이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 작가들의 적극적인 공략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도 기대하고 있다.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최고의 기회이자, 한국 작가들의 성공에 든든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펑펑 교수는 중국이 자랑하는 예술평론가로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 제15, 17회 세계미학대회 아시아미학논단 소조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베이징대 예술학원 예술학과 주임교수, 중화미학회 상무이사, 국제미학협회(IAA) 총괄대표 등을 맡고 있다.

가오펑 관장은 “중국 내에서 작가 지명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삼인행전을 중국 언론 80여곳에 노출시키겠다”며 “베이징대 작가 세미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측은 삼인행 도록을 자신들이 홍콩에서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발행해 전세계에 배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가오펑 관장은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문 미술경영인이다. 런던 유학 경험을 가진 중국미술계 엘리트다.

삼인행 작가들은 중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대천 전시와 영보재 미술관의 제백석 전시 관람을 끝으로 중국일정을 마무리했다.

베이징=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