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타난 이런 생각의 혁명은 이후의 서양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같은 햄릿을 두고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지성적 인간(콜리지)’ ‘고결하고 도덕적인 인간(괴테)’ ‘분열된 자아(블래들리)’ ‘모친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인간(프로이트)’ 등으로 실로 다양한 정의가 내려지면서 햄릿은 근대인의 상징이 된다. 영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햄릿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는데, 17∼18세기에 활약한 영국 평론가 윌리엄 해즐릿은 “햄릿은 바로 우리다”라고 말한다. 이런 경향은 현대에서도 줄어들지 않는다. 호주의 유명 배우 멜 깁슨은 “그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됐다”고 말하고, 아카데미 주연 남우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햄릿 역을 연기하다가 “아버지의 유령을 보았다”라고 까지 했다. 도대체 셰익스피어는 왜 이토록 사람들을 뒤흔들어 놓는단 말인가. ‘햄릿’의 배경은 12세기 덴마크 왕가이고, 저술 시기는 1601년쯤으로 알려져 있다. 이 희곡에는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당대 유럽의 생각이 반영돼 있지만, 시대와 사회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닌다. 삶과 죽음, 정의와 불의, 진실과 거짓에 맞닥뜨리고,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는 햄릿의 체험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일이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 또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셰익스피어 극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김무곤 동국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 |
셰익스피어를 한국에 초청한 건 국립극단뿐이 아니다. 전 문화부 장관이자 배우, 연출가인 김명곤이 만든 첫 뮤지컬 ‘오필리어’가 5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날 준비에 바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번 봄 서울에서 공연될 셰익스피어 극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햄릿이 아니라 ‘오필리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김명곤 연출을 직접 만나 물어보니 원작 ‘햄릿’을 확 뒤집었단다. 남자가 아닌 여자, 죽음이 아닌 삶, 미움이 아닌 사랑에 초점을 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한다. 셰익스피어가 본다면 “이쯤 되면 한번 해보자는 거냐”라고 말할 것 같다. 2014년 봄에 셰익스피어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 얼굴. 그걸 보여주려고 셰익스피어 아저씨가 450년 만에 한국에 선물을 가득 들고 오셨다.
김무곤 동국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