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서울역사’, 한때 전국 철도망의 중심이었고, 지금은 ‘문화역 서울 284’라는 간판을 달고 각종 문화행사장으로 활용 중이다. 여기서 일제 강점의 치욕을 읽어내기란 어렵다. 사적 284호인 구 서울역사는 전쟁물자를 공급하던 수탈정책의 기본 운송수단인 기차의 집합지였다. 건물이 세워지기 전이긴 하지만 1919년 8월 신임 총독에게 폭탄을 던진 강우규 의사의 동상 정도가 이 일대가 품은 아픈 역사를 증언한다.
구 서울역사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착취 등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네거티브 문화재’로 분류된다. 문화재청 제공 |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수탈과 관련된 지정문화재(엄격한 규제를 통해 보존하는 문화재)는 5건이다. 구 서울역사를 비롯해 구 서대문형무소, 구 제일은행본점, 구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부산지점과 목포지점이다. 독립투사 고문, 금융·식량·인력 탈취의 수단이었다. 등록문화재는 52건에 이른다. 일본군 군사시설이었던 제주의 동굴진지와 지하벙커 등은 수탈 관련 문화재, 전남의 구 보성여관, 전국에 산재한 일본식 가옥과 사원 등은 일본 양식의 시설문화재다.
경기대 건축대학원 안창모 교수는 “문화재의 가치는 역사의 교훈을 전하는 것”이라며 “자국민에게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가해자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수단이 되는 네거티브 문화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