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윤수 민예총 초대 공동의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신경림 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 등 김 전 이사장과 40여 년 연을 맺은 문화예술인 46명이 쓴 글을 모아 책 ‘산포도 사랑, 용태 형’(현실문화)을 엮었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을 이끌었던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으로 사회 참여를 시작한 김 전 이사장은 민족미술협의회 초대 사무국장, 민예총 초대 사무처장 등을 지내며 주로 ‘일꾼’ 역할을 도맡았다. ‘절친’ 작가 임옥상은 “용태 형은 우리가 나름 화가라고 겉멋이 들었을 때 그런 것 없이 일종의 일꾼 같았다”며 “그런 모습 때문에 모두가 격의 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옥상은 이어 “성질 더러운 것도 있어서 한번 잘못 보이면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면서 “아주 담백하고 결백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유홍준 교수도 “주둥이로만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용태 형 앞에서 맥을 못 췄고 먹물 냄새가 나면 막걸리 주전자가 날아갔다”며 “그래도 될 정도로 인간적인 신뢰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산포도 처녀’를 부르던 ‘용태 형’을 그린 화가 강요배는 책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거울이라면 다면경을 가진 사람”이라며 “인정 따라 낮고 넓게 흐르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은 “오로지 ‘산포도 처녀’ 하나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며 “작은 키에 바지춤을 들어 올리며 챔피언벨트를 찬 권투선수처럼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열창할 때는 다들 박수를 치기보다 배꼽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강요배 작가가 그린 ‘용태 형’. |
전시회와 경매 장소는 모두 가나아트 이호재 회장이 무료로 제공했다. 김 전 이사장이 지금은 폐간된 격월간 ‘가나아트’의 초대 편집주간을 맡았던 인연에서다. 이 회장은 경매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수익금은 김 전 이사장의 치료비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