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180m나 떨어진 곳에 관광호텔을 짓는 데도 규제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5개월의 행정심판을 거쳐 승소했는데도 주민 민원으로 사업계획 승인이 어렵다는 공무원 지적도 들었다.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짓는다고 유해시설을 짓는 파렴치한 사업자가 된다.”(한승투자개발 이지춘 이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는 규제를 없애달라는 사업자들의 ‘성토장’이었다. 경제단체·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벤처기업·자영업자 등 누구랄 것도 없이 규제 철폐에 목청을 높였다.
◆“이 상황에서 누가 기업을 할 수 있나요”… 규제에 묶인 현장
이날 회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러 부처에 걸친 ‘복합규제’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특정 부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부처가 가로막고 나선다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규제자와 피규제자 간의 ‘셈법’이 다른 점을 거론했다.
박 회장은 “하는 쪽은 덧셈, 받는 쪽은 곱셈이다. 규제자는 6개 중 4개를 철폐하면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받는 쪽에선 숫자 여럿이 있어도 0이 하나만 있으면 전체가 안 된다”면서 “규제개혁의 결과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거나 감사를 받으면 공직자 누구도 못 나서는 상황에서, 규제를 개혁한 공직자를 배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영기 두리원 FnF 사장은 “현재 식품위생법상 규제로 푸드트럭 영업활동 자체가 불법이고, 자동차 관리법상 일반 트럭은 푸드트럭으로 개조가 불가능하다”면서 “관련법 규제가 잘 풀려 합법적 푸드트럭 제1호기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형성 한국자동차튜닝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튜닝시장이 미국이나 일본, 독일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관련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며 “튜닝이 도입될 때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는데, 이런 인식이 규제를 만들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미정 정수원돼지갈비 사장은 외국인 고용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외국인 채용에 15일 이상 걸리고, 채용한 후에도 다시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고용지원센터에 가고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4대 보험도 들어야 한다”면서 “외국인 행정업무 시스템을 일원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제갈창균 회장의 말은 참석자들의 머리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제갈 회장은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 뷔페 영업자는 행정관청 담당구역 5㎞ 내 제과점에서 당일 제조한 빵을 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교통이 발달해 당일 제조한 빵을 구입하는 시대에 거리 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무원·국회의원들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관광호텔 건립을 검토 중인 한승투자개발 이지춘 이사는 “법과 제도에도 없는 규제나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재량권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돼야 한다”면서 “단순히 관광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하는 보건법 자체를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진룡 문화체육부 장관은 “우리 사회가 너무 근엄하고 학습중심적이다 보니 저희 부가 관장하는 분야는 다 척결 대상이라서 힘들다”면서 “각 부처에서 연관된 규제를 풀어주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마구잡이식 ‘의원입법’도 도마에 올랐다. 산업연구원 김도훈 원장은 “신설규제가 대체로 정부와 국회라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쪽에서 만들지만, 나쁜 규제는 목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집행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해 국민생활을 어렵게 하고 기업 경제활동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원 입법은 ‘황사’와 같은 존재여서 감시하는 제도가 전혀 없다”며 “의원입법을 심사하는 체계를 반드시 갖춰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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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 참석한 민간 업체 관계자들. 왼쪽부터 맥킨지 서동록 파트너, 정수원 돼지갈비 김미정 대표, 인성정보 김홍진 이사,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한승투자개발 이지춘 이사.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제공 |
네오플 강신철 대표는 온라인게임 산업군이 안팎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를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2010년 도입된 셧다운제가 규제의 도화선이 됐다”면서 “그 결과 2009년 3만개가 넘었던 게임업체 수가 4년 만에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JK필름 윤재균 감독은 “한국 영화산업의 특징은 4단계 중 투자, 배급, 극장이 한 기업에서 운영된다”고 말했다. 결국 제작사만 공정한 소득분배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는 “단역배우와 스태프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에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면서 최초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모든 스태프에 적용했는데, 이 말은 지금까지 100년 넘도록 일반 스태프가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매킨지 서동록 파트너는 “싱가포르는 전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리조트뿐 아니라 크루즈 등을 연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면서 “문체부와 해수부에서 판을 키우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 부처가 규제를 완화하려면 감사원이 보배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영국은 각 부처의 핵심사업에 대해서 그 사업 성과가 해마다 얼마나 개선됐는지 감사한다”면서 “어떤 공무원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어떤 공무원은 악의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하는데, 이런 사례를 참고해 모델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2004년에 건수 총량제를 해서 실패했고, 이번에는 비용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면서 “다만, 규제비용 계산이 안 되는 것들은 등급을 매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창수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도 “(개혁대상) 규제를 찾을 때 공무원만 하면 한계가 있다”면서 “민간 전문가가 함께해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행정연구원 임성일 부원장은 “규제 덩어리 자체 개선도 중요한데, 관의 인식과 행태가 유연하게 바꾸는 것과 맞물려야 한다”면서 “(규제개혁에) 적극적 공무원이나 지자체는 날개를 달아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게 아니면 감사에 의해 면책해주는 전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