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행 규제 1만5269건을 임기 말까지 최소 20% 이상 감축한다고 수치를 못박았다. 우선 경제규제 1만1000건을 중심으로 올해 10%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6월까지 부처별로 감축 목표율, 규제 폐지 또는 개선안을 담은 ‘규제정비계획’을 세우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부처들은 내년부터 자율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총량 목표가 설정돼 있는 만큼 부처가 뒷짐지고 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로 언급하며 보신주의에 빠진 공무원에 대한 문책 의지까지 천명했다.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의 규제정비 추진 실적을 종합 평가해 연말에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한다. 다만 보건의료, 관광,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5대 핵심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주요 덩어리 규제를 폐지한 성과가 뚜렷하면 숫자에 관계없이 목표량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규제비용총량제로 신설규제도 관리
정부는 기존 규제에 대한 절대량을 감축하는 동시에 규제비용의 총량을 일정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기로 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규제비용총량제, 영국식 ‘코스트 인·코스트 아웃’ 모델을 통해서다. 규제 신설에 따른 비용 증가를 기존 규제를 폐지하면서 생기는 비용 절약효과로 상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자원부는 먼저 KS인증 중소기업대표에 대한 의무교육을 폐지해 29억원을 절감한 대신 가스배관 안전진단을 확대하는 데 21억원의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비용교환을 통해 남은 8억원은 산업부가 활용하거나 추후 다른 규제를 위해 적립해둘 수 있다. 규제를 만들고 싶다면 일단 다른 규제를 없애 그만큼 비용을 확보하라는 의미다.
아울러 4월부터는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적용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제도나 정책을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만 규제를 통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신기술과 급변하는 산업환경의 신설 규제는 5년 단위로 자동으로 효력이 없어지는 효력상실형 일몰제가 우선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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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의견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박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직자의 의식 변화가 뒤따르지 않은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각 부처에 규제 감축을 할당하는 방식은 자칫 부처 간 갈등이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억지 춘향’으로 각 부처가 목표량을 맞추는 데만 급급하면 행정편의주의식 규제개혁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의 절대적 총량이 줄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계의 협조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등 개혁안 내용의 상당수는 내년 정기국회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건축, 토목, 환경 등 각종 개발사업에 관한 규제는 대부분 지자체 조례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권한이다. 규제개혁 바람 속에 난개발과 시민안전에 관한 필수 규제까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관건이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