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강한 규제개혁 실천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규제개혁 저항은 큰 죄악” “규제로 일자리 뺏는건 도둑질 이라는”이라는 격한 표현도 역시 서슴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끝장 토론’에서다. 박 대통령은 회의 시작 1시간이 지나자 “잠깐만요”, “그런데 말이죠”라며 끼어들었다. 질의응답을 이끌며 규제정책 실천 미흡과 홍보 부족을 강하게 질책해 참석 장관들은 진땀을 빼야했다. 열띤 토론으로 회의는 당초의 4시간을 훨씬 넘겨 7시간5분이나 걸렸다.
사회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오후 7시40분쯤 참석자에게 회의 지속 여부를 묻자 박 대통령은 곧바로 “오신 분들이 다 말씀하셔야겠죠”라고 결론을 내렸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참석자들이 저녁 식사를 못한 걸 의식해 “제 맘 같아서는 저녁이라도 잘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 경우가 빠지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송재희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장에게 “추진단에서 손톱 밑 가시 제거를 추진했는데 아직도 90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른 시일 내 완료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나”라고 따졌다. 송 단장 해명이 끝나자 박 대통령은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추진이 완료 안 됐다면 큰 문제”라며 “관계 부처도 책임을 같이져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나무랐다. 박 대통령은 실무 담당인 규제개선팀장까지 불러 일으켜 “지금 있는 숙제부터 빨리빨리 해결해야지 그것도 못하면 신뢰가 안 간다”며 “언제까지 풀겠다는 것을 보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규제개혁 미흡 이유와 향후 추진계획을 보고하자 “손톱 밑 가시라고 나왔을 때는 그걸 해결하는 게 어려우니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품 품질인증과 관련해 “인증 관련 콜센터 1381을 개설했다”고 설명하자 박 대통령은 “1381 많이 아시나요”라고 반문한 뒤 “모르면 없는 정책이나 같아요”라고 공개 면박을 줬다. 하지만 콜센터(1381)는 아직 개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자체 시범운영 중으로 서비스가 불가하고 3월26일 오후 4시부터 본 서비스를 시작하니 참조해주십오”라는 기계음만 반복됐다. 윤 장관이 개통시기를 착각한 것이다. 그는 말미에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박종국 여천NCC 대표의 공장설립 부담금 애로를 듣고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문제”라며 “사전에 잘 파악해 원스톱으로 처리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송구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규제와 청년 취업에 대해 “시대에도,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며 “이슈화할 것은 이슈화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선 “‘아, 감사원 감사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모든 국민과 공무원이 느낄 수 있도록 아주 분발하라”고 당부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는 자국의 규제 제도인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한 건 신설 때 두 건 철폐)’을 소개하며 “영국에서는 기업규제 도입 전에 반드시 영향을 평가하고 원 인 투 아웃 제도로 예상되는 비용 효과를 자세히 공개한다”고 조언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질의응답 이끌며 따끔한 질책, 예정된 4시간 넘겨 7시간 진행
콜센터 개설했다던 尹장관, 뒤늦게 “아직 개통안돼” 사과
콜센터 개설했다던 尹장관, 뒤늦게 “아직 개통안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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