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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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앞선 명분 축적… “성동격서식 공격도 대비해야”

김정은 “한반도 정세엄중” 발언 왜
북한의 대남 도발 수위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한반도 정세를 ‘엄중하다’고 평가한 것은 말 그대로 엄중한 언급이다.

올 들어 감행한 단·중거리 미사일 도발, 해상 포격 도발 이상의 고강도 도발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히 짓부숴버릴 것”이라고 위협한 대목은 도발에 앞선 명분 축적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을 위한 핵훈련으로 비난하면서 자위권을 명분으로 핵능력을 강화하는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 제1위원장이 전날 백두산 인근 삼지연비행장 방문 사실을 전하면서 그의 지시로 진행된 백두산 답사 행군에 참여한 인민군 연합부대 지휘관들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열린 인민군 연합부대 지휘관 결의대회에서 “북남 관계 개선의 활로를 열어나갈 염원으로부터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현실적인 조치들을 연속 취했지만 지금 나라에 조성된 정세는 매우 엄중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과 적대세력들은 우리의 아량과 선의를 무시하고 우리 공화국을 정치적으로 말살하고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며 군사적으로 압살하기 위한 책동을 더욱 악랄하게 감행하고 있다”며 “그대로 방임할 수 없는 엄중한 사태는 우리에 대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흉심이 변하지 않았으며 변할 수도 없다는 것, 오직 총대로 최후 승리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의대회에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윤동현 인민무력부 부부장, 리병철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 김영철 정찰총국장, 박정천 포병사령관 등 군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김승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김정은이 자신의 신군부 친위 군관들을 대동하고 상징적인 백두산 혈통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전의를 북돋우는 일종의 세리머니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그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대남 도발 패턴을 감안하면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격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디도스나 GPS 교란과 같은 전자전 등의 감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격적인 4차 핵실험이나 강화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 비무장지대(DMZ) 총격 등을 통해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 마련을 위한 충격요법을 사용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은 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9일)와 김일성 주석 생일(15일), 인민군 창설일(25일) 등 북한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다져야 하는 정치·군사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한·미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이달 중순까지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4월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인민군 창건일까지 한바탕 도발을 감행하고 한·미 군사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중순 이후가 되면 또 다른 제안을 하고 나올 수도 있는 일”이라며 “서해5도처럼 우리 군의 밀착 감시가 이뤄지는 지역보다 약간 느슨한 지역에서 성동격서식의 도발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