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이러한 사람은 공직의 간부라는 말 자체가 부끄럽다. 어떻게 해서 우리 공직의 기강이 이렇게 무너졌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금감원이라는 조직이 단지 형식적으로는 공무원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직, 인사, 운영 등에서 정부의 일반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개탄해 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정부기관인 만큼 그에 준하는 모든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금감원의 기강 확립은 다른 공무원조직보다 덜 엄격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금융업이라는 산업을 감독하는 정부기관인 만큼 더 엄정해야 함이 상식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자신들이 감독하는 금융기관에 금감원 퇴직자를 재취업하게 함으로써 금융감독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실 저축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비리에 적지 않은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깊숙이 연루돼 온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때마다 금감원은 정부 등 외부로부터의 혁신안을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등의 이유로 배척하면서 자체 쇄신만을 고집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에게 내보인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 묻고 싶다. 만약 금감원을 공무원신분으로 개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난맥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리먼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의 금융기관은 엄청난 처벌 즉, 징역과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전 중앙인사위원장 |
언제 내가 피감독기관에 가서 밥벌이를 해야 할지 모르는데 하는 잠재의식 때문에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비리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감독과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연, 학연 등에 취약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50대 초반에 퇴임을 강요당하게 되면 피감독기관에 재취업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 누가 피감독기관에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할 것인가.
따라서 금감원의 혁신은 거의 날마다 되풀이되는 금융기관의 비리, 무능, 무책임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총체적인 개혁이라야 한다. 지금처럼 사건이 터지면 나오는 ‘땜질식 보완’이 아니라 건전한 금융기관으로의 탈바꿈을 위한 외부로부터 요구되는 개혁안을 수용해야 한다. 오늘날 정부의 모든 조직이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이 시점에 금융감독 분야만 유독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금융감독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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