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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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안보태세에 격한 어조… 軍 수뇌부 문책론 부상

朴 대통령 ‘무인기’ 엄중 질타
金 국방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
박근혜 대통령이 7일 ‘북한 무인기’ 사태를 엄중 질책했다. 북한 무인기가 국가 심장부인 청와대 상공을 비롯한 우리 영공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간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의 어조는 예상보다 강했다. 군은 이날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어 북한 무인기를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 “방공망과 정찰체계 문제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 가능성 위협, 그리고 서해 NLL(북방한계선) 이남에 대한 포격과 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무인 비행체들이 발견되면서 많은 국민들과 특히 휴전선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동질성 회복과 추가 도발 억제를 위한 외교적 노력 강화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군 질책은 안보 불안을 느끼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 군기 확립 차원으로 해석된다.

수석비서관회의 주재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 무인기 사태와 관련해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이 관련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 및 지상정찰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번 사태와 관련, 군 수뇌부의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군 사령탑을 맡아온 김 국방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 논란에 이어 무인기 사태가 터지면서 일각의 책임론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하루속히 대비책을 강구해 경계 강화와 안보태세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문책론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국방 “방공망을 공격용으로 대비하라”

김관진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우선 GOP(최전방 일반전초)부터 종심 지역에 이르기까지 현존 전력으로 감시, 탐지, 식별, 타격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합동참모본부 작전지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소형 무인기가 정보력에 대한 상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정찰용으로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은밀 침투 및 테러 목적의 공격으로 발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으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는 새로운 위협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단기 및 중기적으로 방공망을 공격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군이 보유한 저고도레이더로는 육군이 운용하는 TPS-830K 등이 있다.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동형인 TPS-830K를 국가 중요 시설에 추가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이날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과의 화상통화에서 소형 무인기 위협에 한·미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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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제 추정 무인기 3대, 모두 숫자 표기

군 당국과 무인기 중앙합동조사 요원들은 무인기 3대에 표기된 숫자를 정밀 분석 중이다. 백령도와 파주, 삼척에 추락한 동체에는 각각 ‘6’, ‘24’, ‘35’라는 숫자가 표기돼 있어, 이들 숫자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인기 동체가 삼각형, 원통 모양으로 금형 방식으로 제작됐다”며 “금형 방식은 대량 생산을 위한 방식이기 때문에 이들 숫자가 출고 번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숫자 6이 적힌 파주 추락 무인기와 동일한 기체로 파악되는 삼척 추락 무인기에 숫자 35가 씌어 있고, 크기와 형태가 다른 백령도 무인기에는 6이 적혀 있어 최소 41대의 무인기가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배터리 3개에는 로마자 표기인 ‘Ⅲ-Ⅰ’, ‘Ⅲ-Ⅱ’, ‘Ⅲ-Ⅲ’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어, 해당 배터리가 북한에서 제조한 것이 아닌 수입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상훈·김선영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