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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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중독

이영주

잠든 그의 옆구리에서
뜨거운 간이 쏟아져 나온다
모락모락 김이 난다

나는 그의 간을 파먹으며
슬픔에 중독되었다
제발 내 옆에서
힌디어로 이름을 쓰지 마

괜찮다, 괜찮다
그는 어두워지면서
울고 있는 새의 목을 꽉 잡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신작시집 ‘차가운 사탕들’(문학과지성사)에서

◆ 이영주 시인 약력 

▲1974년 서울생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불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