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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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 ‘검은돈’ 수사 브레이크

신헌대표 구속영장 기각 파장
롯데홈쇼핑 납품비리 의혹을 캐고 있는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힌 신헌(60·사진) 롯데쇼핑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 신병을 확보한 뒤 ‘검은돈’의 종착지를 규명하려던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영장기각 사유가 범죄 소명 부족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16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수재 혐의로 신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18일 이를 기각했다. 범죄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신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범죄 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애초 검찰은 신 대표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08년 5월∼2012년 11월 이미 구속기소된 이모(51) 방송본부장·김모(49) 고객지원부문장과 공모해 회사돈 2억2500여만원을 빼돌렸고, 이모(47·구속기소) 생활부문장 등에게서 뒷돈 수천만원을 상납받은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은 특히 신 대표 신병을 확보한 뒤 돈의 사용처를 집중 규명하려 했다. 금품을 건네받은 신 대표가 이 돈을 개인적 목적으로 썼는지, 혹은 회사 내 다른 윗선에 건넸는지 등이 검찰 수사 대상이었다.

검찰은 신 대표가 챙긴 돈이 회사 업무와 관련 있는 외부 인사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를 이번 수사의 최종 타깃으로 보지 않고 검은돈이 유통되는 과정의 ‘거점’ 정도로 간주했던 셈이다.

검찰은 그러나 신 대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수사의 판을 다시 짤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수사를 확장하기보다는 신 대표에 대한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부터 우선 결정할 방침이다.

신 대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 판단인 만큼 검찰은 객관적 자료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신 대표가 회사 임직원들과 횡령·배임 행위를 공모했는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황은 비관적으로 보인다. 특히 횡령·배임 혐의 사건이 발생한 때가 이미 2∼6년 전이라는 점에서 추가 물증 확보는 그리 수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검찰 수사가 신 대표 윗선까지 올라가지 못한 채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검찰은 혐의 확인도 없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