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검찰에 접수된 4대악 범죄 사범은 8901명이었으나 올해 3월에는 6398명으로 28% 감소했다. 범죄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4대악 범죄도 덩달아 준 성 싶지만 꼭 그러지만은 않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를 제외한 일반 형사사범은 16만3647명에서 13만3955명으로 18% 준 데 그쳤다. 4대악 범죄 사범 감소율이 훨씬 더 급격했던 것이다.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성폭력사범이다. 지난해 10월에는 2923명에서 올 3월 1972명으로 5개월 사이 32%가 줄었다.
특히 성폭력사범에 대한 ‘접수 사건 대비 구공판(정식 재판 회부) 비율’은 같은 기간 36%에서 31%로 줄었다. 구공판 비율은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나머지 4대악 범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월별 편차가 있지만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만 놓고 보면 검찰에 접수된 가정폭력사범은 이 기간 1952명→1690명, 부정식품사범은 2484명→1793명, 학교폭력사범은 1542명→938명으로 줄었다. 각각 262명, 691명, 604명씩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구공판 비율도 가정폭력사범은 5%→4%로 하락했다. 부정식품사범은 4%대를 유지했으며 학교폭력사범만 유일하게 8%→10%로 올랐다.
◆이례적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
법조계에서는 4대악 범죄 처리가 감소하는 현상을 일종의 ‘기저효과’로 설명하고 있다. 기조효과란 통계 기준 시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숫자의 의미가 왜곡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지난해 처리한 4대악 범죄가 워낙 많았다 보니 최근 실적은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4대악 범죄 중 가정폭력사범의 경우에는 2012년 3154명이던 것이 지난해 1∼8월에는 1만586명에 달할 정도로 이례적 폭증을 기록한 바 있어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4대악 범죄 실적은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단속 실적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4대악 범죄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보여주기식 실적 경쟁은 후유증이 커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적 쌓기는 결국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사건 처리에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