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이용하는 해상긴급 전화 ‘122’가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2 신고는 한 건도 없었고, 상황실에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직원들도 실시간으로 내용을 공유하는 ‘공청(共聽)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 세월호에 타고 있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이 119에 첫 구조 요청을 했다. 이후 30분 동안 119상황실엔 구조해달라는 신고가 23건 접수됐다. 신고가 폭주하면서 일부 구조전화는 자동응답시스템으로 넘어갔을 정도였다. 112에도 4건의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하지만 해양 긴급 신고번호인 122에는 단 한 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119에 접수된 전화는 최초 신고 후 1분여 지난 뒤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의 소방대원이 다시 목포해경 122상황실에 연결하는 ‘3자 통화’ 방식으로 연결했지만, 해경은 119대원이 물었던 것을 반복했다. 1초가 급한 상황에서 학생의 신고가 119로, 다시 해경으로 전달되느라 4분이라는 소중한 초기 구조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29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2007년 7월 ‘1초라도 더 빨리 사고를 접수해 인명을 구조하겠다’며 해상긴급 특수번호 122를 만들었다. 최근 5년 동안 홍보비 등으로 4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119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신고자 위치를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로만 추적해 1∼2㎞의 오차가 있다.
반면 122는 긴급구조 목적에 한해 이보다 정확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신고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하도록 설계됐다. 해상사고의 경우 초기대응이 분, 초를 다툴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122는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공청 시스템도 없었다. 112는 긴급상황일 경우 신고자와 112 상황실 직원이 나누는 대화를 경찰 무선망으로 각 현장에 있는 순찰차, 경찰서에서 함께 듣고 신속하게 사고에 대응하는 공청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2012년 귀가 중인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오원춘 사건’ 이후 경찰 대응에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행됐다. 해경의 122는 신고가 들어오면 관할 상황실로 연결되고, 이후 상황실이 각 함정과 파출소 등에 지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신고상황을 전달한다. 이 때문에 출동 지시를 내리는 데 다시 시간이 허비될 수밖에 없다.
122 운영에 대한 문제는 국정감사에서 해마다 빠지지 않고 지적됐다. 지난해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5년간 122 신고전화 20만7000건 중 59%는 장난전화·오인·중복전화였고, 11%는 소방·경찰 등 다른 기관으로 이첩된 신고였다. 실제 신고전화는 26%에 불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진도=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홍보비 등 수십억원 투입 불구, 사고 당시 접수 단 한 건도 없어
내용 공유 '공청시스템' 안 갖춰…출동 지시 등 신속대응에 '허점'
내용 공유 '공청시스템' 안 갖춰…출동 지시 등 신속대응에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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