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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교수·기계공학 |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을 예방하고 사고 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과학적이고 공학적인 수치해석 데이터를 근거로 적용돼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한 공학적 시뮬레이션은 특정한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컴퓨터로 풀면서 나온 수치적 계산의 결과이고 이를 그래픽 데이터로 처리해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동영상화한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는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공학시스템의 지배방정식은 복잡한 미적분 방정식과 확률 통계 등의 고등수학 이론이 적용되고 있으나, 이 또한 컴퓨터 수치해석 계산으로 원하는 값의 예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사실 컴퓨터 역사는 고대 중국에서 인류의 수치적 계산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주판에서 시작됐다. 인류 최초의 톱니바퀴 기계식 계산기는 1642년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란 말로 유명한 파스칼에 의해서 개발됐고 덧셈과 뺄셈을 계산할 수 있었다. 오늘날과 같은 전자식 계산기는 1951년 폰 노이먼이 개발한 에드박(EDVAC) 컴퓨터에 2진법과 프로그램 내장 방식이 도입된 이후 급속히 발전해 1981년 IBM PC가 출시되면서 대중화됐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로 창출된 빅 데이터 시대의 도래도 수치계산 분야의 혁신적인 발전을 초래하고 있다.
컴퓨터의 공학적 시뮬레이션 예측가능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필자는 안개 때문에 결항이 잦은 것으로 유명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한 직후 당시 기장의 즐거운 안내방송을 들은 적이 있다. 기장은 ‘웰컴 투 샌프란시스코, 오늘 샌프란시스코 착륙은 비행기에 장착된 컴퓨터 자동이착륙시스템만으로 더욱 안전하게 착륙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착륙에 따른 비행기의 고도 저하와 공기 유동 변화에 따른 공기역학적 대응능력을 능숙한 기장보다 비행기의 자동이착륙시스템이 더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자랑한 것이다.
항공공학적 컴퓨터 수치해석 기법을 통해 사전에 수행한 충분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자동항법장치에 알고리즘으로 반영된 과학적인 결과이다. 최근에 진수된 대형 선박에도 비행기 정도는 아니지만 컴퓨터 자동항해장치를 갖추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예측 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자동제어장치에 항로를 입력해 놓으면 승선 인원과 선적 화물의 무게, 사용될 연료, 항로상의 날씨 등을 고려해 최적 항로 및 이착륙 자동 기능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국가재난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그리고 힘들게 개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세월호를 개조해 선체 상부에 무거운 짐을 싣고 하부에 실어야 할 평형수를 채우지 않아 무게중심을 위로 올린 악덕한 인간에 의한 반칙은 공학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사회가 훌륭한 공학 시스템을 망쳐 버린 것이다.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교수·기계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