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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초등돌봄교실 질만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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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혜택 영향 이용 학생 급증
정부, 전담사 충원·교육엔 뒷짐
“교육당국이 부랴부랴 신경 쓰고 있어서 3, 4월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돌봄교실 운영에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올해 초등 1, 2학년부터 희망하는 모든 학생은 돌봄교실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돌봄 전담사들이 전하는 학교 현장의 분위기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A(42·여)씨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돌봄교실당 최대 수용인원이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25명으로 느는 등 일은 많아졌는데 보조교사도 없는 형편”이라며 “이 때문에 교실 내에서 단순 숙제·독서지도를 하고 돌보는 것만도 벅차 다른 교육프로그램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초등돌봄교실의 질이 나빠졌다는 얘기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초등돌봄교실 현황과 향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돌봄교실의 여러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먼저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예컨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돌봄 관련 사업은 각각 아동복지법과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추진되나 초등돌봄교실은 방과후학교 사업의 하나로 교육부 고시에 담겨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운영체계의 불안정 등으로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많다. 

정부가 이용자와 교실 수 증가 등 양적 확대에 집중하고 정작 돌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돌봄인력의 자질·전문성 등 돌봄교실의 질을 소홀히 한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돌봄교실(오후돌봄 기준)은 전국 5910개 초등학교에서 모두 1만702개(이용학생 22만2866명)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학교 내 유휴 공간이 부족해 일반학급이나 특별활동 교실을 활용한 ‘겸용’ 돌봄교실이 26%(2750개)나 된다.

특히 서울은 ‘전용’교실(664개)보다 겸용교실(692개)이 더 많다. 아무래도 겸용교실은 시설이나 활용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전용교실보다 떨어진다. 입법조사처는 “오랫동안 학교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이 겸용교실을 이용할 경우 육체적 피로도와 정서적 불안정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돌봄전담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시간제(1일 4시간 근무)의 상당수가 사전에 충분한 연수 등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투입된 것도 서비스의 질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초등학교보육교사연합회 양순정 이사장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 실무 등 돌봄전담사가 갖춰야 할 기본자질을 체계적으로 배우려면 최소 40시간 이상의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관계 부처 간 돌봄 대상과 서비스가 중복되고 사업 규모의 격차가 큰 점, 연계 및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입법조사처 정수정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돌봄교실에 대한 법적 근거와 돌봄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또 부처별 돌봄서비스의 표준화와 안정적인 예산 배분 등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돌봄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연계·구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