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작업 방식에서부터 자신의 작품세계를 드러내게 마련이다.때론 시대적 도구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당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 재료라 하더라도 작가의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매체로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들의 다양한 재료와 도구 선택, 작업 방식은 현대미술의 맨얼굴과 메시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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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프린팅을 활용한 김창겸의 ‘삐딱한 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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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감을 쌓아 만든 김태호의 작품. |
작가들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비나미술관의 ‘3D PRINTING & ART : 예술가의 새로운 창작도구’ 전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3D 프린팅과 아트 콜라보레이션으로 첨단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이례적인 전시다.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도래한 1인 생산시대의 개막은 복잡한 제조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이 원하는 디자인을 언제든지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제조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향상될수록 누구든지 복잡한 제품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전통적 제조와 관련된 자원과 기술의 장벽은 점점 사라져 혁신을 민주화하고 갇혀 있던 인간의 창조성을 해방시켜 줄 것이다.”(책 ‘3D 프린팅의 신세계’ 중에서) 참여작가들은 권혜원, 김석, 김병호, 김승영, 김영희, 김웅현, 김창겸 등 21명이다. 16일∼7월6일. (02)736-4371
◆물감을 쌓아 올리다
한 해에 물감 값으로 600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작가. 일반 작가 100개 분량의 작품을 그릴 물감을 작품 하나에 쏟아붓는 작가. 물감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에 쌓아가는 김태호(66·홍대 교수)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작가는 캔버스에 격자의 선을 긋고 선을 따라 일정하게 20가지 이상의 물감을 얹고 쌓아간다. 그리곤 그 표면을 끌칼로 깎아낸다. 쌓여 있던 색층들이 언뜻언뜻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물감의 중첩으로 격자의 가운데엔 벌집과 같은 자그마한 방들이 탄생된다. 작가만의 소우주다. 무수하게 색 층을 쌓아 올리는 일도, 심지어 그 수고를 다시 깎아내는 작업은 더욱더 헛수고로 보일 만큼 황당하다. 하지만 끌칼이 지나간 자리에서 탄생되는 색층과 촘촘한 벌집 구조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회화의 진한 맛이다. 14∼27일 노화랑. (02)732-3558
◆수학도 미술이다
6월15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전시를 갖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개념미술가인 베르나르 브네(73)에게는 수학책과 수학기호, 함수그래프 등도 모두가 그림이 된다. 그렇다고 그가 수학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새로운 이미지를 미술적으로 보여주기를 원했습니다. 수학책을 보는데 한 번도 미술에 사용되지 않은 기호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전혀 미술에 쓰이지 않은 이미지를 써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그는 수학책에 나온 원문을 차용해 회화 작업을 했다. 작업에는 무수히 많은 수학 공식이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작가 자신도 모르는 공식들이다. 그가 2011년부터 수백 장의 종이 위에 휘갈기듯 낙서를 한 뒤 그중 마음에 드는 몇 장을 골라내고 이를 확대해 철판에 옮겨 잘라낸 철제 부조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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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책의 이미지를 작품화한 베르나르 브네의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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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얼굴 사진에 재봉질한 윤지선 작품. |
오는 7월 2일까지 일우스페이스에서 전시를 갖는 윤지선(39) 작가는 사진에 재봉질을 더했다. 작가 자신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인정사정없이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버린 것이다. 다소 그로테스크한 느낌까지 든다. 작가는 “사진과 실을 가지고 회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에 얼굴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작업을 하면서 깨달았죠. 하지만 사람의 얼굴 이미지가 담긴 전단이 매일 수없이 버려지고, 다들 교과서 등에 나온 사람 사진에 낙서도 하잖아요? 그러면서 이렇게 얼굴에 손을 대는 게 금기시되는 게 더 생경하게 느껴졌어요.” 그는 하루 10∼20시간씩 꾸준히 재봉틀을 돌렸다.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 데 한 달가량이 걸린다. 전시장 윈도에 걸린 작품은 무려 55일 동안 재봉질에 매달려 완성했다. 얼굴에 재봉질이라는 ‘폭력’ 과정을 통해 우리의 얼굴, 아니 우리 자신을 성찰해보라고 넌지시 떠미는 듯하다. 일우사진상 수상 기념전이다. (02)753-6502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