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의 히로인 임지연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이제 딱 한 작품을 새겨 넣은 신인이지만, 결코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으로 관객들을 ‘중독’시키고 있다.
‘인간중독’은 개봉 전부터 ‘19금 파격 멜로’로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1969년 군 관사를 배경으로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 분)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육군 대령 김진평(송승헌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임지연은 이 영화에서 ‘대선배’ 송승헌을 상대로 전라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 연기 투혼을 펼쳤다.
아직 만 24살의 어린 나이지만 주눅 든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송승헌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홀리는’ 신비롭고 청초한 매력이 스크린을 휘감는다. 어디서 이런 괴물 신인이 나타난 걸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법했다.
“하루하루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런데 저 원래 그런 거 티 안내는 성격이거든요. 속으로는 심장이 막 요동치고 있는데, 겉모습은 고요해요. 영화에서 가흔이를 연기하면서도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상대배우가 송승헌 선배라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인터뷰 내내 20대의 발랄함과 당당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중독되게 만드는 종가흔의 매력과는 또 다른 임지연만의 매력이었다. 살짝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보이시’한 매력까지 엿보게 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일자형의 눈과 짙은 눈썹, 그리고 콧등에 난 점은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미인상을 완성시켰다. 그의 매력을 글 한 줄로 다 표현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배우가 바로 임지연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었기 때문에 노출신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어요. 진평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했죠. 영화를 보신 분들이 ‘잘했다’ 혹은 ‘수고했다’고 격려해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관객들은 또 어떻게 봐주실지….”
좋은 영화가 나올 거란 예감은 전적으로 김대우 감독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됐다. ‘음란서생’ ‘방자전’을 보고 김 감독의 팬이 됐다는 그는 “에로틱하면서도 해학적이고, 알게 모르게 인간 본성을 잘 끄집어내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어제 부모님이 VIP시사회에 오셔서 영화를 보셨어요. 노출 걱정이요? 영화 촬영이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부모님과 그 부분에 대해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영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었어요. 노출 수위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말씀 드렸기 때문에 걱정이 되거나 부끄럽지 않았고, 영화가 다 끝나자 부모님은 그냥 ‘고생했다’ 한 마디 해주시면서 어깨를 토닥거려주셨어요. 정말 큰 힘이 됐죠.”
극 중 가흔은 화교 출신에 총을 맞고서도 “귀걸이가 없어졌다”고 말할 정도로 담대한 면이 있는 여성이다. 어린 시절 겪은 상처가 컸고, 지금의 남편을 사랑할 수도 없게 돼버린 가련한 여인이기도 하다.
“가흔이가 ‘팜므파탈’이라고요? 그런데 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며 연기한 적은 없어요. 가흔이는 그저 사랑이란 감정에 익숙치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행동할 뿐이지, 나쁜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 같고…. 아, 감독님은 가흔이를 약간은 팜므파탈로 그리고 싶으셨다고 뒤늦게 고백하시더라요.(웃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그는 2012년 ‘은교’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배우 김고은의 1년 과 선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단 한 작품으로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신성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지연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뗐지만 ‘준비된 신인’으로 앞으로 충무로를 누빌 것으로 기대된다. 발랄한 여대생에서 치명적인 독을 품은 팜므파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임지연·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은 지난 14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글·영상=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