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올드 시티(구 시가지) 관문인 자파 게이트 앞에서 ‘예루살렘 여성 평화대행진 10주년’ 기념 행진 참가자 200여명이 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천주평화연합·세계평화여성연합 제공 |
이날 네덜란드·대만·미국·이탈리아·일본·한국 등 17개 국에서 모인 종교 지도자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200여명이 올드 시티 일대에서 평화대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기독교·도교·유대교·통일교 등 종교를 초월해 한마음으로 평화를 기원했다. 이번 행사는 2004년 41개국 여성 526명이 올드 시티 일대를 행진한 ‘예루살렘 여성 평화대행진 10주년’을 기념해 평화운동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과 세계평화여성연합(WFWP)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자파 게이트에서 출발한 지 30여분 만에 성인 2∼3명이 겨우 오고 갈 수 있는 미로와도 같은 좁은 골목길을 지나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에 다다랐다.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입구는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돼 있었으며 벽 틈 사이에는 돌돌 만 형형색색의 기도문들이 끼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경전에 얼굴을 파묻거나 벽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기도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통곡의 벽 너머로는 이슬람교 성지인 황금 돔이 보였다.
참가자들은 평화대행진을 하며 저마다 평화를 향한 소망과 의지를 다졌다. 독일 출신 기독교인으로 WFWP 오스트리아 지부 회원인 이름가르트 만틀러(56·여)는 “10년 전 평화대행진에 이어 이번에도 참가해 감회가 새롭다”며 “평화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남성과 여성이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여성으로서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미은(50·여) WFWP 광주 지부장은 “각자 종교도, 가는 길도 다르지만 평화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희망을 느꼈다”며 “인종·지역·문화·민족 등 모든 장벽을 초월해 어머니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예루살렘 여성 평화대행진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진을 마치고 예수 묘지에 세워진 성묘교회 등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 간 평화와 공존을 기도했다.
예루살렘=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