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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단체 '불신의 벽'…집행내역 투명성 확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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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금도 바로 세우자] (하) 국민성금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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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병폐 가운데 중증인 불신의 벽은 국민성금 모금 문제에서도 두껍다. 국민성금 모금에 특별한 기준과 원칙이 없다 보니 여론·언론의 무관심 속에 소외된 대형 재난 희생자 가족들도 많고, 국민성금 집행 과정에서 오히려 상처받은 유가족도 상당수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부터라도 성금이 이들의 끝없는 슬픔에 국민이 보내는 진정한 위로와 공감이 되기 위해선 많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투명성으로 신뢰 회복 필요

국민 성금에 대한 신뢰가 밑바닥 수준인 이유는 그동안 벌어졌던 각종 비리와 논란 탓이 크다. 최근에는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사망·실종해 의사자로 지정된 금양호 선원들이 성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국가보상금을 받지 못한 사실이 회자하면서 세월호 성금 모금 참여 거부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성금 사용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성금 사용처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기부금 전문가인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은 “보통의 성금은 기탁자의 뜻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형 참사의 경우 피해자의 뜻도 존중해야 한다”며 “사용처를 정할 때 정부에서 개입하기보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부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성금이 모일 때마다 성금을 가지고 관련 재단을 만드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사무총장은 “재단을 만들면 운영비, 건물,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기금으로 (운영) 해서 매년 얼마씩 써서 (성금을) 소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금 사용 관련 투명성 확보는 매번 문제시되지만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모금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는 이유다. 현행 기부금품법에는 ‘모집 및 사용명세 등을 모집자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여 기부자 등이 모집 상황을 수시로 알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권고사항인 탓인지 이를 지키는 단체는 드물다.

세월호 성금 모금을 하는 단체 중 실시간 모금 내용을 공개한 단체는 ‘대한나눔복지회’뿐이다. 온라인 기부 포털인 ‘네이버 해피빈’을 모금 창구 중 하나로 이용하는 단체 2곳은 해피빈 홈페이지에 모금 내용이 공개돼 있지만 해피빈을 통하지 않은 성금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성금 사용 내용은 외부에 공개하도록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에서 규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사용처 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사용처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만들어져도 결정 내용만 언론을 통해 알려질 뿐이다. 천안함재단의 대국민 안보의식 고취지원사업 적절성 논란도 4년 전 재단이 만들어질 때 목적사업 결정과정이 공개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성금 모금의 기준도 애매

2011년 7월 27일 강원도 춘천 한 산골마을에선 시골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과학 교실을 열어주려던 인하대 동아리 아이디어뱅크 소속 대학생 13명이 폭우로 인한 산사태에 매몰돼 숨졌다. 자연재해라는 이유로 사망자 가족에게는 재해의연금 규정에 따라 위로금 500만원과 장례비 500만원만 지급됐다. 26명의 부상자는 자기 비용으로 치료해야 했다.

사회봉사에 나섰던 청춘의 가엾은 죽음에 사회가 성금으로 슬픔을 나타낼 법도 한데 웬일인지 성금모금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99년)도 마찬가지다. 대구대 이천성 교수(금융공학)는 “얼마나 많은 인명이 사상되는 사고가 발생해야 특별위로금이 지급되고, 국민성금이 모금되는지, 왜, 얼마나 지급하는지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나 객관적 기준이 없다”며 “언론매체에서 ‘참사’라고 사회적 문제로 대서특필하면 그것이 곧 재난이며 특별위로금과 국민성금 대상이 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관련 성금 모금단체는 벌써 11곳이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 충격이 워낙 커서 성금모금 여론이 높은 결과이겠지만 어찌 보면 성금모금이 쉬운 사안에만 모금단체들이 경쟁하고 사회 주목을 받지 못한 재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기부금품법은 모금액의 최대 15%까지 모금비용으로 모금단체가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모금단체의 투명성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특별기획취재팀=박성준·김수미·오현태 기자 special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