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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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장관'서 국가안보실장까지, 김관진의 3년 공과는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영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관진 국방장관이 2010년 12월4일 국방부 대강당에서 열린 장관 취임식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한 말이다.

김 실장은 취임식 당시 발언대로 국방장관 재임 기간 동안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자세를 유지해 흔들릴 수 있는 군심(軍心)을 잡았다.

하지만 기무사령관 교체를 둘러싼 군 인사, 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의혹, 북한 무인기 침투 등으로 오점을 남겼다.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밀어붙였으나 사실상 백지화되는 등 국방개혁에도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정권교체 직후에도 유임된 첫 국방장관

김 실장은 정권 교체 직후에도 국방장관에 유임된 첫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임명된 김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국방장관에 내정된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인사청문회 직후인 작년 3월22일 물러나면서 유임됐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은 3년 5개월 동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43명의 역대 국방장관들 중 4번째로 오래 재임했으며, 1987년 이후 가장 장수한 국방장관이 되었다.

역대 장관들 중 1963년 3월~1968년 2월까지 국방장관을 지낸 김성은 장관(15대)이 4년 11개월로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

▲ 대북 강경 모드로 유명세

김 실장은 국방장관 취임 당시부터 북한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이는 작년 3월 국방장관에 유임됐을 때 국민들이 반긴 원인이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김 실장을 가리켜 '특등 호전광' '괴뢰패당 우두머리'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

때문에 김 실장도 장관 재임 시절 "북한이 저를 비난하는 발언을 들으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이렇게 괴상망측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실장은 장관 재임 기간 내내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도 타격한다" "지휘부도 예외는 아니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김 실장의 이러한 자세는 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3~4월 국내에서 잇달아 발견된 북한 소형무인기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해 "방공망이 뚫렸다"는 정치권과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 국방개혁 후퇴․군 정치관여․인사 논란 겪어

김 실장은 장관 재임 기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공헌을 했지만 국방개혁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한 군령과 군정을 통합하는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예비역과 국회의 반발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수립한 국방개혁안도 병력 감축 등은 차기 정부로 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정치댓글 의혹은 군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는 비판과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과 맞물려 큰 파장을 낳았다.

현재 최종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연제욱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現 육군 교육사 부사령관) 등을 감싸려 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김 실장을 곤혹스럽게 했다.

또한 작년 10월 장군 인사에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의 경질을 둘러싸고 인사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 대북정책 전환․동북아 안보 현안 '산적'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관진 국방장관은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대북제재 일부 해제와 납북 일본인 재조사를 골자로 한 북-일 합의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5.24 조치와 북핵 문제에 묶여있는 동안 일본은 외교적 활로를 북한에서 찾고 있으며, 이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참여 논란, 아시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맞대결, 한미일 정보공유 등 외교안보 현안들도 김 실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 군사전문가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5.24 조치 해제 등을 비롯한 대북 정책 전환과 동북아 외교 현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