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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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깜깜이·살라미·늑장人事로 피로감만 누적

‘수첩인사’로 대변되는 박근혜식 인사가 국민 피로감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충청 출신의 ‘보수 논객’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점했지만 스스로 제시했던 ‘국가개혁의 적임자’라는 총리 요건과도 많이 달라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국론 통합이 아니라 국론 분열을 야기할 판이다.

박 대통령의 편향적 용인술에 대해 “대통령 눈에는 내 편(지지층)밖에 안 보이느냐”는 여론의 따가운 질타가 쏟아진다.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51% 국민만을 바라보는 인사를 단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남상훈 정치부 기자
정권 초 인사참사를 불렀던 ‘나홀로 인사’가 개선되기는커녕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이 수첩에 적힌 협소한 인재풀에서 공복(公僕)을 찾다 보니 참신한 인재 등용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그러다 보니 수첩 내 ‘깜짝 인사’를 해도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편파 보도 논란에 휩싸인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출입기자였고 문 후보자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로 활동했다.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깜깜이 인사’, 한꺼번에 단행하지 않고 쪼개서 하는 ‘살라미 인사’, 검증에 검증을 거치며 장고를 거듭하는 ‘늑장 인사’ 스타일도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내각과 청와대의 인사방향을 국민에게 먼저 설명하는 친절함도 없다.

국민은 6·4 지방선거에서 4월16일(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박 대통령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리더십 변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로 비통에 빠져 있는 국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심어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는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자기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국민이 잠시 미뤄뒀던 회초리를 들어 혹독하게 심판할 게 자명하다.

남상훈 정치부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