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與, 문창극 교회 강연 영상 보더니 하는 말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평소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이완구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10여명의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지난 2011년 교회 강연 영상을 기자들이 참석한 공개 자리에서 단체 관람했다.

애초 해당 회의는 이 원내대표 주재 아래 주요 당직자들이 1주일에 한번씩 모여 원내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주요 안건은 1시간5분가량의 문 후보 강연인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전체 영상을 시청하고 이에 관해 각 의원들이 의견을 내놓는 등 '문 후보 지키기' 전략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시작 전 모두 발언에서 "한 나라의 총리를 결정하는 막중한 국사에 객관적인 절차는 대단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문 후보의 발언에 관해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본인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그 소명을 신중하게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강연 시청은 논란이 된 발언의 전반적 맥락을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해당 발언의 일정 부분을 정당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상이 끝난 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등 문 후보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의식한 듯한 반응을 이어갔다.

윤 사무총장은 영상 시청이 끝난 뒤 마태복음(10장) 구절을 인용,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기독교의 신앙관"이라며 "6·25 전쟁과 일제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은 그런 시련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강연에서 보듯 기회의 나라,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하나님의 개입과 의지가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대한민국을 기회의 나라, 국민을 1등 민족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이해했다.

이어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않고 특정 부분만 발췌해 의도적으로 편집해서 문 후보 생각이 이렇다고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건 참으로 위험하고 무리한 주장"이라며 "참된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분이라면 아마 사퇴라는 얘기를 못했을 것 같다"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이 분의 능력, 통합의식, 역사관, 소신을 들어보지도 않고 지명을 스스로 철회하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회의 정당한 인사검증절차를 무시하는 반의회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야당이 모르쇠 인사공세를 넘어서 정당한 국회 인사검증절차를 이행하는 것이야 말로 새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정록 의원은 "총리 후보자가 된 상태에서 저런 말에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싶다"며 "과거 이조 500년, 산업화 과정이 과거 우리 선조들이 양반·상놈을 찾았을 때와 비교된 것이다. 언더우드가 1890년도에 대한민국 선교사를 파견해서 문화·교육·의료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인정할 것은 해주면서 총리로서 업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이건 구분돼야 한다. 종교 장로로서의 특강은 구분되는 것이 좋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초선인 김동완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해임을 건의하자고 하는 서명에 나는 하지 않았다"며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가 사퇴한 입장에서 또 그런다면 나라 운영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어제 스님 한 분이 전화오셨다. (내가) 불교계에서 (문 후보 발언 문제를) 확대하지 않고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장우 원내대변인은 회의 비공개 결과 브리핑에서 "비공개 회의에서는 현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요구서가 국회에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문 후보의 역사관과 국가관을 국민 앞에 진솔하고 소상하게 소명할 것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강연 전체 영상까지 보면서 문 후보를 이해해 보자고 나섰으나 당장의 분위기는 크게 반전되지 않은 모양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전체 강연을 상영한 것이 문제가 되자 영상을 기자들에게 같이 보자고 하진 않았다며 "당내 의사가 객관성을 띤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