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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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文 구하기'… 주류 vs 비주류 내홍

동영상 전체 주요 당직자 회의서 상영
“나라 사랑하시는 분” “본받을 만” 엄호
새누리당이 13일 국민의 반일 감정을 거스르는 칼럼과 발언이 잇따라 공개되며 논란을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당 차원에서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교감한 듯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는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아예 문 후보자 발언 논란의 단초가 된 온누리교회 특강 동영상 1시간10분 전체 분량을 회의 참석자와 기자들에게 상영했다. 비등하는 자진사퇴 여론의 반전을 시도한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문 후보자 발언의 전문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 보도만 갖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특정 부분만 발췌해 의도적으로 편집하는 것은 위험한 주장”이라고 가세했다. 동영상을 본 전하진, 최봉홍 의원은 각각 “나라를 굉장히 사랑하시는 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신은 가히 본받을 만하다”(최봉홍)고 문 후보자를 치켜세웠다. 김진태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새누리당 ‘웰빙신사’들은 조금만 여론이 불리하면 꼬리 내리고 도망치기 바쁘다”며 전날 자진사퇴 성명서를 낸 동료 초선 6명의 행태를 비꼬기까지 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서청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청문회에) 가서 (문 후보자가) 해명해야 하고, (정치권이) 공격할 것은 공격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 주류가 강공책으로 ‘문창극 구하기’ 카드를 빼든 모양새이지만 비주류와 초·재선의 반발을 진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권주자인 이인제 의원은 이날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본인이든 청와대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당·청 주류가 문 후보자 카드를 고수해도 국회 인준이 어려운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청문회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자진사퇴를 촉구한 초선 의원 6명에 이재오·김성태·이인제 의원 등 반대파가 가세하면 인준안은 부결된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은 286명. 임명동의안이 통과하려면 과반인 144표가 필요하지만 새누리당 의석은 149석으로 5명 이상 이탈하면 통과할 수 없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