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천안시 공무원들 당선자 업무보고 불성실한 자세 눈총

일부 공무원들 인수위원들 질문에 방어적 자세 답변
"자리 옮긴지 얼마 안돼 업무파악 안됐다" 딴청
섬김 시정 편다는 시장 당선자에 공무원 섬기라는 태도
충남 천안시청 공무원들이 새로운 시장 당선자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6·4지방선거 구본영 천안시장 당선자는 인수위원 22명, 자문위원 26명 등 48명의 ‘섬김시정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천안시 공무원들로부터 국·사업소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23일 인수위와 시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업무보고는 위원들의 꼼꼼한 질문과 자료 요구 등으로 아침부터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인수위가 감사기관이나 사정기관도 기관도 아닌데 위원들의 태도가 고압적이었다”, “의회 행정사무감보다 더 질문이 많았다”면서 공공연히 인수위 활동에 반감을 드러냈다.

일부 공무원들은 광역단체장 인수위보다 많은 숫자로 구성된 위원들이 “시 행정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완장을 찬 것처럼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저녁식사를 간단한 김밥으로 대신하고 시간 운용에 대해서는 “김밥 한줄 먹여 놓고 밤 늦게까지 보고를 받는 것이 섬김시정이냐”는 힐난까지 쏟아냈다.

시 공무원들 사이에 인수위원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비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장 당선자에 대한 업무보고는 적극적 설명이 아닌 인수위원들의 질문에 공무원들이 방어적으로 대답해 인수위가 업무를 인수하는데 애를 먹었다.

인수위와 공무원들이 업무보고장에서 사사건건 충돌하고 반목한 분위기가 시민사회에 알려지면서 “천안시 공무원들이 오만한 태도로 시민들을 대신해 업무보고를 받은 시장 당선자와 인수위원들을 능멸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시적 기구로 운영되는 인수위가 짧은 기간 당선자에게 시정을 파악해 보고하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질문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고 이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당연했다는 것이다.

인수위원들의 질문이 핵심을 다소 비껴갔을지라도 ‘우문선답’의 자세로 새로운 당선자가 시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하는데 사사건건 방어적 논리로 나섰다는 것 자체가 시 공무원들의 오만과 편견을 드러낸 것이다는 시민사회의 반응이다.

시민 이모(53)씨는 “구 당선자의 ‘섬김시정’은 시민을 위한 약속인데 시청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위한 섬김시정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의 한 공무원은 “행정에 대해 뭘 안다고 꼬치꼬치 캐 묻는 것이냐는 감정을 밑바탕에 깔고 인수위원들을 기만하는 듯한 일부 공무원들의 업무보고 태도를 보고 공직자로서 직장 동료로서 부끄러웠다”고 자책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수위원들도 함께 김밥을 먹으며 진행한 것에 대해 ‘김밥 한줄 먹여 놓고...’라는 표현에 당황했다”며 “자리를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어느 간부공무원의 답변에서는 무능과 나태를 넘어 골탕을 먹이려는 나쁜의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