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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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실종 '도로 정홍원'… 헌정사상 처음

‘경질 총리’ 사의 60일만에 유임… 헌정사 처음
국정 쇄신 의지 퇴색… 인사수석실 부활키로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 국무총리 인선을 포기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정홍원 총리를 유임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사회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가 높았으나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에 이어 정 총리가 잔류하면서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는 인선이 됐다. 세월호 참사 후 60일 동안 ‘2기 내각’ 총리 인선이 안대희,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연쇄 낙마를 거쳐 정 총리로, 국정 혼선만 빚다가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로 26일 유임이 결정된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 만이다.
남정탁 기자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인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정 총리 사의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사의를 표명한 총리의 유임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국정 표류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윤 수석은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 새 내각이 구성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비롯한 국정과제와 국가개조를 강력히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저는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의 국정 중단을 막아야 한다는 대통령님의 간곡한 당부가 계셔서 새로운 각오 하에 임하기로 했다”며 “국가개조에 마지막 힘을 다하고 필요 시 대통령께 진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총리 유임으로 인적쇄신 효과가 크게 퇴색되고 공직사회 개혁 등 국가개조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새월호 참사에 단 한 명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기만하는 ‘오기인사’라고 성토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 검증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기로 했다. 노무현정부 때의 인사수석실이 6년 만에 부활하게 된 것이다. 윤 수석은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고 인사수석이 인재 발굴과 검증, 관리를 총괄하고 인사위원회 실무간사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