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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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바뀐 지자체, 대형사업 줄줄이 '스톱'

광주 도시철도·전남 F1코리아 등
재정부담 이유로 백지화·재검토
“예산·행정력만 낭비” 지적 일어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단체장들이 전임자가 공청회 등 절차를 밟아 추진했던 대형 사업들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하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인수위원회인 희망광주 준비위원회(인수위)가 작성한 ‘제6기 민선시장직 수행을 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수위는 민선 5기 때 2025년 개통 목표로 추진된 도시철도 2호선 규모와 사업비, 건설방식, 추진방식 등에서 시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이 미흡했다는 판단이다. 의견 수렴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의견이 다수이고 편의보다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백지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수년간의 시민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 등을 거쳐 도시철도 2호선의 노선과 저심도 건설 방식을 확정했음에도 민선 6기 들어 재검토하는 것은 오히려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어느 사업보다 시민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많이 했다”며 “그런데도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재검토하면 행정의 신뢰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전임 도지사의 역점 사업인 F1코리아 그랑프리의 개최 여부에 대한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개최를 계속해야 되는지 원점에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F1 대회의 지속, 중단, 제3의 길 등 3개 안의 문제점과 대책들을 중점 논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며 “도민의 뜻을 모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전임 도지사가 결정한 전북권 공항 부지와는 별도의 장소를 내세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송 지사는 전북권 공항 부지로 새만금 신공항을 적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임 지사는 김제공항을 전북권 공항 부지로 못박고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2016∼2020)’에 반영을 추진해 민선 6기 출범부터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문수축구경기장 유스호스텔 건립 사업의 재검토를 제안했다. 이 사업은 4만4102석 규모의 문수축구경기장의 관중석 일부를 없애고 숙박할 수 있는 객실 46개와 회의실 2개를 짓는 것이다. 김 시장은 사업추진을 일단 유보하고 효율성과 수익성, 상징성, 건립 후 예상 이용객, 축구장 밖에 새 유스호스텔을 건립할 경우 비용 등을 재검토하도록 해당 부서에 요청한 상태다.

이근규 충북 제천시장은 교육문화센터 건립 등 전임 시장이 추진한 핵심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이들 사업을 모두 중단하면 최소 195억원의 투입된 예산이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이 시장은 “전임 시장이 추진한 교육문화센터, 삼한의 초록길 사업, 의림지 수리공원과 역사박물관 사업 등을 철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이 이들 사업을 중단하면 이미 확보한 국비와 도비를 반납해야 하고, 일방적인 사업 중단에 따라 민간사업자에게 손해배상도 해줘야 할 상황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