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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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 의존한 김형식 살인교사 수사…물증확보가 관건

범행 동기 모호, 진술외 직접 증거 없어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서 발생한 '재력가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을 살인교사 피의자로 특정해 구속하고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살인을 저지른 그의 친구 팽모(44·구속)씨 진술 외에 대부분 정황이어서 추가적인 물증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자신에게 건넨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67)씨를 10년 지기 친구 팽씨를 사주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았다가 성사하지 못하자 이를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받고 팽씨에게 부탁해 송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팽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2년 말 팽씨에게 "송씨에게 빌린 돈이 5억 정도 있는데 빨리 갚지 않으면 지방선거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하니 죽여달라"고 요청했다.

또 피해자 송씨와 수년간 함께 일한 건축사 A씨는 "김 의원이 토지 용도변경을 처리해주기로 했고 6·4지방선거 전에는 성사될 거라는 이야기를 송씨에게서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러한 진술로 비춰볼 때 김 의원이 선거를 앞두고 용도변경이 결국 무산되자 송씨로부터 압박을 받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팽씨 진술을 토대로 김 의원이 범행을 오래전부터 모의했으며 사전에 송씨의 일정과 출·퇴근 시간, 동선 등을 시간대별로 자세히 파악한 뒤 팽씨가 흔적을 남기지 않고 범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방침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범죄사실'은 경찰이 팽씨와 건축사 A씨와 같은 주변 인물들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해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현재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 의원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혐의 내용이 정황 증거에 의한 것일 뿐 직접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경찰은 김 의원과 팽씨가 범행 전 대포폰을 이용해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그 내용은 확보하지 못했다. 대포폰의 소재를 알 수 없고 문자 내용은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팽씨 진술 외에 김 의원이 팽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 지시 방법 등에 대한 증거도 현재 입수하지 못했다.

범행 동기 측면에서도 김 의원과 송씨 사이에 모종의 청탁성 돈이 오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의문점이 남는다.

송씨 소유 건물을 상업지구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역시 주변인 진술일 뿐이다. 여기에 김 의원이 관여했는지 등을 입증할만한 물적 증거는 없다.

이런 점을 이유로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지난달 26일 김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김 의원이 살해할 아무런 동기가 없고, 또 다른 피의자의 일방적인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과 피해자 송씨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김 의원과 팽씨 사이에 금전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교사 조건으로는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또 팽씨가 김 의원의 요구로 수십 회에 걸쳐 송씨를 살해하려 했다고 진술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허구일 수 있다고도 했다.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만 있는데다 김 의원이 팽씨에게 살인교사한 혐의 내용이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면 검찰에 넘겨 기소하더라도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한 경찰의 보강 수사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팽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데다 주변인 진술도 충분히 확보했고, 송씨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 용도변경 관련 설계도를 입수했기 때문에 추후 김 의원을 기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는 4일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는 계속 추가 수사를 벌여 혐의 입증을 더욱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