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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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사퇴 "내가 성숙하지 못해 생긴 일"

 

등번호 20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축구팬들을 기쁘게 했지만 감독의 명성과는 별개였다. ‘영원한 리베로’로 불렸던 홍명보 감독이 축구팬들의 비난 속에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홍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려 했는데 실망감만 잔뜩 드려 죄송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며 “실수도 있었고 나 때문에 오해가 생긴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내가 성숙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1990년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국가대표 생활을 해왔지만 오늘부로 감독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알제리전이 끝나고 탈락이 확정된 뒤부터 대표팀에서 물러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015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는 대표팀을 맡아달라며 극구 만류했다.

홍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사퇴한다고 했다면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이 현장에서 비난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력 같은 문제는 모두 제가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라며 “그 순간에는 최선이라고 여겼지만 결과는 실패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홍 감독은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현지에서 왁자지껄하게 뒤풀이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이다.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면서 안으로는 즐길 거 다 즐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토지 매입’과 관련한 논란도 일었다. 영원한 주장의 씁쓸한 말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세계닷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