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은 월드컵이 탄생한 지 84년이 되는 날이다. 브라질 월드컵 3, 4위전 경기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크고 작은 축구 소식에 많은 이들이 잠을 설치고 대화의 소재로 삼는다. 그만큼 월드컵의 열기는 자못 대단하다. 월드컵 시청 세계 인구가 누적 기준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262억명을 넘어섰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때 누적 시청자 숫자는 350억명을 넘었으며, 이번 브라질 월드컵 시청자는 무려 450억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결승전의 경우에만 해도 2006년에는 7억명, 2010년에는 9억명이었으며, 이번에는 10억명을 상회할 것이라 하니 월드컵의 열기는 참으로 대단하며, 세계인의 제전이라는 표현이 새삼스럽지 않다. 사실 월드컵은 단일종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이며, 제전이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인류학 |
월드컵 정신은 원칙적으로 올림픽 정신을 계승한다. 또한 올림픽은 근대 올림픽의 제안자이며,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구축된 것으로서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고대 올림픽 정신의 계승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다툼과 분열 중에도 건전한 스포츠 교류와 제전을 통해 평화와 안녕의 메시지를 교환하고 공감함으로써 이념과 체제, 조직과 형태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 정신의 추구가 월드컵 정신인 것이다. 하지만, 대단한 열기만큼이나 부작용도 지적되곤 한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상업주의가 지구촌 축제를 얼룩지게 한다는 사실에 월드컵의 순수함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전으로서의 긍정적 에너지의 소중함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에 소중함을 둘 수 있는, 그래서 순수한 ‘참여’의 의미에서 기쁨과 환희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제전의 힘과 지혜에 대한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 스포츠는 건강하기에 스포츠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는 건전한 정신적 가치에 대한 공감이 흔들리지 않기를 염원한다.
우성주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문화인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