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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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에 묻힌 ‘이사부 유적’ 발굴 시급”

우산국 정벌 출항지로 유력해
학회, 오분항 등 유물 매장 추정 “울릉도·독도 지배 사료 될 것”
신라 장수 이사부(異斯夫)는 505년 신라 지증마립간 때 실직(悉直·삼척) 군주(軍主)로 처음 사료에 등장한다. 이사부는 동해안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삼척과 관계가 깊었다. 신라 조정은 7년을 준비한 끝에 512년 음력 6월 우산국 공격을 단행한다. 당시 우산국은 일본 본토와 대마도 등을 근거로 준동하는 왜구들을 지배하면서 동해의 강자로 군림했다. 이에 신라가 위협을 느껴 이사부를 삼척에 보내 우산국을 정벌토록 했다.

이사부의 출항지는 강원 삼척 오분항이 유력하다. 대규모 군선이 정박할 수 있는 넓은 포구와 배후 기지를 갖춘 천혜의 군항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 오화리 산성과 오분항, 주변의 포진성 등은 이사부의 울등도 정벌 전진기지로 사용돼 땅속에 유물들이 다수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포진성 주춧돌은 1916년 일제 때 파헤쳐져 삼척항을 건설하는 데 사용돼 훼손됐고, 지금은 성곽 흔적만 남아 있다.

한국이사부학회는 오화리 산성, 포진성 등에 대한 정확한 매장문화재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는 1980년대 지표조사만 이뤄진 상태이다. 박미현 한국이사부학회 이사는 13일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 때 전진기지가 있었던 오화리 산성 일대에 대한 매장문화재 조사가 진행되면 울릉도, 독도 지배에 대한 보다 확실한 사료가 나올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신라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삼척에는 해군기지가 설치된 지역으로 지금이라도 유물조사가 진행돼 울릉도, 독도 지배와 관련된 보다 분명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척항은 고려와 조선 시대 울릉도, 독도에 출현한 왜국를 소탕하기 위해 수군을 파견한 곳으로, 동해의 수군기지 역할을 했다. 조선 숙종 때 울릉도 독도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수토관을 파견한 장소도 삼척이다. 그러나 현재 수토기념관은 울진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삼척에는 상급자인 삼척영장이 파견돼 영동 9개군의 군진을 관할하도록 했고, 울진에는 하급직인 울진만호가 책임자로 파견됐다. 박 이사는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삼척은 울릉도·독도를 비롯한 동해 수군 기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삼척에 수토기념관이 건설되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삼척=정승욱 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