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어서는 한여름이지만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유통업체가 앞다퉈 대규모 세일로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연말에나 볼 수 있는 대규모 세일인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여름철 유통가를 휩쓸고, 평소보다 3∼4배 큰 대규모 땡처리 행사가 열리는데도 소비자는 요지부동이다.
대형마트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 번 꺾인 실적은 좀처럼 증가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9일 삼겹살 계란 우유 등 1000여가지 상품을 최대 50% 싸게 판매한 데 이어 17일부터 바캉스 용품 2000여가지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이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3∼16일 3000여가지 상품을 최대 50% 싸게 판매했지만, 이달 들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했다. 대형마트 고객의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도 감소세다. 이마트의 지난 상반기 객단가는 4만8019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3% 하락했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1.2% 낮아졌다.
대형마트는 불황이 지속되자 재고 처리를 위해 할인폭이 70∼80%에 달하는 미끼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매출 확대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 고객들이 미끼상품만 쏙쏙 담아 가기 때문에 고객 유인 효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장수현 롯데백화점 본점장은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자기한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