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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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한 울음이 한 울음에게

이재무

한 울음의 손이 한 울음의 손을 잡는다.
한 슬픔의 어깨가 한 슬픔의 어깨와 스크럼을 짠다.
울음이 울음을 불러 모으고
슬픔이 슬픔을 불러 모아
파랑 일렁이는 파도가 된다.
울음이 울음에 번지고
슬픔이 슬픔으로 번져
굽이치는 격랑의 물결이 된다.
쓸어버려라, 무너뜨려라.
한입 아우성이 된 울음과 슬픔이여!
하나의 울음은 가냘프지만
하나의 슬픔은 연약하지만
보아라,
한 슬픔이 한 슬픔의 손을 잡고
한 울음이 한 울음을 껴안는 것을!
우린 이제 기다리지 않는다.

- 고은 외 68인의 세월호 추모시집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실천문학사)에서

◆ 이재무 시인 약력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5년 ‘문학과사회’,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푸른 고집’ ‘길 위의 식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