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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생일파티… 여성·무슬림 세족례… ‘貧者의 아버지’

[세계는 지금] 권위 버리고 ‘낮은 곳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폭발적 인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교황 최초로 ‘빈자의 친구’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그는 그 뜻 그대로 자신을 낮추는 행보를 통해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위터 팔로어는 현재 429만명을 넘는다.

그의 인기는 지난 3월, 취임 1년을 맞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8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가톨릭 신자의 71%, 비신자의 56%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변화가 크다고 답했다. 대부분 ‘긍정적인 변화’라는 대답이었다. 앞서 즉위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2월 호감도 조사에서 85% 지지율을 보여 2013년 2월 전임 베네딕토 16세 퇴임 직전 지지율 74%보다 11%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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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서민과 함께하는 교황

교황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언행일치’다. 말로써 청빈과 봉사,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모든 교황들이 해왔던 일이지만 스스로 낮은 곳에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파격’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이는 교황이 되기 전과 다를 바 없는 그의 삶 그대로였다. 호화로운 교황 관저 대신 교황청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게 그 시작이었다.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색 구두를 맞추는 대신 늘 신던 검은 구두를 신고, 방탄차 대신 다른 사제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교황의 모습은 이제 파격이 아닌 일상이 됐다.

즉위 직후에는 이탈리아 로마 근교 소년원을 찾아 남성 신도 12명의 발을 씻겨주는 관행을 깨고 여성 2명, 무슬림 2명 등을 포함한 12명에게 세족례를 행하고 발에 입을 맞췄다. 자신의 생일에는 노숙인 3명을 불러 함께 식사했고, 취임 1주년에는 축하행사를 거부하고 로마 근교로 피정을 떠났다. 교황은 또 바티칸을 방문하는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셀카를 찍는 등 일반인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사회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

서민과 약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교회 안팎의 병폐를 바로잡는 데는 매우 적극적인 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면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로 교황청 재무원을 신설해 재정개혁을 주도하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바티칸은행과 미디어개혁위원장에 외부인사를 영입했다. 세계 최대 돈세탁 장소라는 오명을 씻고 거듭나려는 바티칸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에는 교회 내 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피해자들을 초청해 직접 이야기를 듣고 “사제 성추행은 신성 모독과 같은 행위”라며 피해자들의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사회·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마피아 은드란게타의 본거지인 칼라브리아주를 방문해 그들에게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위로하며 “마피아 파문”을 선언했다. 교황이 마피아를 공개 비판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분쟁에 따른 인명 피해가 늘면서 세계 평화와 화해를 간구하는 교황의 발언도 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극으로 치닫자 “전쟁으로 희생된 아이, 고아가 된 아이 등을 생각하자”며 “제발 전쟁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이라크 등지에서 일어나는 전쟁도 거론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때는 “결승전이 열리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전쟁을 멈추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8월28일(현지시간) 바티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찾은 젊은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에 대한 교회 내 보수파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교황은 취임 초기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며 “각국 정부는 과도한 소득 불균형을 없앨 정책을 강구하고 빈부 격차를 좁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보수주의자들은 “교회는 영혼의 구원을 얻으러 가는 곳이지 투표와는 아무 상관없다”며 교황을 ‘공산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황의 유례없이 ‘열린’ 사고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만약 동성애자라고 하더라도 선한 의지를 갖고 주님을 찾는다면 어떻게 심판할수 있겠느냐”고 말한 데 이어 동성애자와 이혼자에 대한 ‘이해’와 균형적 시각을 강조했다. 교황이 지난해 말 동성애와 낙태를 강하게 비판하던 추기경들을 전격 교체하자 일부 바티칸 보수파는 “하느님은 동성애를 죄라고 말한다”며 “교황은 동성애의 심판자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