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시리즈 중 첫 번째로 간 곳은 성당이다. 건물이 커서 입구를 찾으려고 한 바퀴를 돌아야 했다. 입장료를 받는 관광지이지만, 사람들은 미사를 드리기도 한다. 성당 안에 들어가면 웅장함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기도를 드리고 있고, 누군가는 헤드셋을 끼고 관람하고 있다. 벽쪽의 작은 칸들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다. 나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게 됐다. 종교에 상관없이 각자의 신에게 드리는 기도다.
산토도밍고에 남아 있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성당. |
프랭크와는 굳이 동행을 하지 않아도 같이 걷게 된다. 수많은 카페 중 한 곳에 들어갔는데, 그곳이 또 최초의 카페란다. 작은 카페로, 일부러 찾아서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칠 만한 곳에 있다.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와 간단한 요기거리를 주문했다. 더운 나라, 더운 카페 안에서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마시려니, 땀이 난다. 커피는 맛있지만 더위 때문에 여유가 없어진다. 컵에 얼음을 시켜 부어 마시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이제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이 카페는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며 대를 이어왔단다. 이 작은 카페에서는 유럽과 중남미의 문화가 함께 느껴진다.
성당 앞 광장에서는 비둘기들과 함께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콜럼버스가 처음 와서 배를 묶었던 나무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 나무를 찾는 일은 어려웠지만, 결국엔 찾았다. ‘세이바(seiba de colon)’라고 불리는데, 길에 큰 나무가 있을 뿐, 아무런 안내판조차 없다. 바로 옆을 지나쳐도 이 나무가 세이바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세이바는 죽은 지 오래 돼서 더 이상 형태가 으스러지지 않도록 조치를 해 놓았고, 세이바 옆에 더 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이웃 중에 아나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생과 친해졌다. 대학교에 다니는 아나는 그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숙식을 제공받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산크리스토발에 있다고 했다. 아나가 학교를 구경시켜주겠다고 해서 그녀를 따라 나섰다. 지나가면서 보던 대학교였는데, 명문대라고 한다. ‘universidad autonoma de santo domingo’가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이다.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병원은 지진으로 무너졌는데,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
라틴아메리카의 발상지인 도미니카공화국은 남미의 다른 국가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원주민의 후예가 남아 있고, 그들의 흔적이 스페인·아이티 문화와 섞여 독특한 문화를 낳았다. 산토도밍고라는 이름처럼 성스러운 일요일에는 성당을 가고, 스페인의 후예들이긴 하지만 새로운 인종을 탄생시켰다.
극과 극이 분명히 나뉘어 어떨 때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피부색과 인종이 극명히 차이가 나며, 날씨 또한 쨍쨍한 날과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 오락가락한다. 특히 심각한 빈부 격차의 실상을 직접 접하게 될 때는 마음이 좋지 않다. 길거리 아이들이 구두닦이를 하고 있는데, 건물 유리 안쪽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호사스러운 음식을 먹고 있다. 미국의 부유한 도시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슬레이트 지붕 아래 두세 평 남짓한 곳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마을이 있다.
광고처럼 붙여 놓은 표어 중에 ‘우리는 왜 가난할까?’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빈부 격차는 이 나라의 심각한 고민거리다. 주변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이 같은 표어를 내건 이유를 물어봤다. 국민들이 빈부 격차 문제를 심각하게 자각하게 만들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몇 년 후에는 이 나라가 달라져 있을까.
강주미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세계섹션>세계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