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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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이라크 야지디족을 보호하라”

IS 공격 피해 수천명 山에 고립
美, 한때 공중수송 구출작전 검토
미국 해병대와 특수부대원 20여명은 13일(현지시간) 이라크 북서부 신자르산으로 날아갔다. 이들은 24시간 이 지역에 머물면서 이라크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신자르산으로 피신해 고립된 야지디족의 상황을 조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이 소식을 전하면서 미군이 바그다드와 아르빌 등 안전 지역 외 지상에서 활동하기는 철군 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한 쿠르드자치정부 군 관계자는 영국 텔레그래프에 “야지디족을 공중수송을 통해 구출할 경우 이용 가능한 장소 등을 물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행히 반군과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아르빌로 돌아왔다.

상황평가팀의 조사 결과 신자르산에는 야지디족 난민 수천명이 고립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전했다. 헤이글 장관은 “공습 덕택에 야지디족 상당수가 대피했으며, 남아 있는 이들도 공중투하된 식량과 식수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해군 소장)도 “미군 평가팀이 구출작전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구출작전을 잠시 유보하고 당분간 구호물품 공중투하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벤저민 J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야지디족 구출 방안에 대한 조언을 얻은 것 같다”며 “대통령은 방안 중 지상군 투입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습으로 포위망이 뚫리면서 신자르산에서 도망칠 수는 있었지만 야지디족의 삶은 이미 극도로 피폐해졌다. 13만명 이상이 반군을 피해 이라크 내 안전한 쿠르드족 장악 지역이나 시리아, 터키 등의 난민촌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섭씨 45도가 넘는 사막을 가로질러 200㎞를 걸어 피난하기도 했다. 험난한 피난길에 숨지는 이도 적지 않다고 외신은 전했다. 난민촌에서도 이들은 물과 쉼터가 부족해 탈수, 일사병 등에 시달리기 일쑤다.

여성과 어린이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주이라크 유엔특사와 자이납 하와 방구라 분쟁지역성폭력 담당 유엔특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야지디족 여성과 어린이 1500여명이 반군에 붙잡혀 성폭력과 인신매매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은 이날 이라크에 대해 비상사태 단계 중 가장 높은 ‘레벨 3’를 선언하고 추가 지원에 나섰다.

터키는 야지디족을 위해 이라크 북부 자코와 터키 남부 샨르우르파 난민촌에 각각 1만6000여명과 3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영국은 난민 지원을 위해 정찰용 토네이도 전투기 4대를 이라크 북부에 보냈으며 수송용 헬기도 투입할 예정이다. 또 미국, 프랑스에 이어 독일, 네덜란드도 쿠르드군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