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신고접수 약 1시간50분 전인 12일 오후 10시10분쯤 체포 장소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물(빨간색 원 안). 김 전 지검장은 관사에서 나와 식사를 한 뒤 바다가 보이는 곳 7∼8㎞까지 산책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는데, 이 남성이 김 전 지검장이라면 동선상 거짓말이 된다. CCTV 캡처 |
20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지방경찰청은 김 전 지검장에게 지난 12일 제주지검장 관사를 나와 저녁 식사를 했던 오후 8시 무렵부터 음란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로 체포된 13일 0시45분까지 정확한 동선을 그림으로 그려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당일 입었던 옷가지와 벨트, 신발도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김 전 지검장은 상·하의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이 제출한 옷과 범행 장소 주변 CCTV 영상에 등장하는 범인이 입었던 옷을 비교하며 두 옷의 동일성 여부를 분석 중이다.
김 전 지검장은 그러나 범행 당일 신었던 신발 등은 별다른 이유 없이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이 신발을 제출하면 음란행위가 벌어진 현장 일대에서 확보한 범인 추정 족적과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지검장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의혹을 풀려면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게 도리인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CTV 속 인물 3곳서 음란행위
경찰은 CCTV 영상 속 인물이 그간 음란행위 장소로 지목된 제주시 이도동 모 음식점 앞 외에도 추가로 2곳에서 또 다른 음란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 중에 범인의 얼굴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화질이 선명한 영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CCTV 3개 외에 추가로 4개의 CCTV를 확보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 현장 길 건너편에 위치한 여고 인근 건물 CCTV에서는 12일 오후 10시쯤 녹색 티셔츠와 흰색 바지를 입은 김 전 지검장으로 보이는 남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으로 내려와 밖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그는 1∼2분 뒤 맞은편 오토바이 가게 옆을 뛰어가 한라산 방향으로 70여m 떨어진 상가 1층으로 들어갔다. 이 건물의 실내 CCTV에는 오후 10시 10분쯤 이 남성이 등장한다. 영상에는 여성 두명이 복도 끝 화장실에 들어가려다가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돌아서자 남성이 이들을 스쳐지나 반대편 다른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남성은 건물 밖으로 나간뒤 4초 동안 건물쪽으로 뒤돌아 보았다. 이 인물이 김 전 지검장이라고 한다면 저녁을 먹으러 2㎞떨어진 북쪽식당으로 갔다가 남쪽 건물에 온뒤 다시 북쪽 바다가 보이는 7∼8㎞까지 “산책”갔다온게 돼 그의 이전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 등에서 13대의 CCTV를 확보했고 이 중 피의자로 보이는 사람이 찍힌 유의미한 영상은 모두 7개”라며 “이 중 최소 3곳에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시간대는 대략 12일 오후 9시30분부터 체포 시간인 다음날 오전 1시쯤까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양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음란행위 장면을 목격한 데 이어, 집에 들어가 2층 창문에서 다시 한 차례 봤다는 진술을 A양의 이모로부터 확보했다.
오영탁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