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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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국장망 필다제(國將亡 必多制)

‘규제혁파’가 화두다. 경제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규제개혁의 절실함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 내수와 수출의 동반성장,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통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산업계의 거듭된 요청이었다.

그렇다. ‘손톱 밑 가시’로 상징되는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불필요 규제를 개선해야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과제 발굴 등이 가능하다.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인 불필요한 법과 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규제는 ‘관(官)피아’가 설칠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다. 규제개혁이 ‘돈 안 쓰는 투자’라는 사실은 규제를 당해본 기업이라면 백번 공감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아무리 일자리 빼앗는 규제는 범죄요 암덩어리라고 외쳐도 관료들은 되레 ‘착한 규제’ ‘필수 규제’ 운운하며 빠져나갈 궁리에 바빴다. 정형화된 규제를 푸는 것도 어려운데, 눈에 안 보이는 공무원 재량권이나 행정지도 같은 비정형 규제는 더욱 요원하다.

그래서 ‘좌전’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나라가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國將亡 必多制).”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과 제도는 시대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산업선진국들의 법체계를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이다. 전국시대 대표적인 법가인 ‘한비자’는 “균형을 헤아려 법을 만들고 백성을 인도해야 한다(量衡設法率民萌)”며 “세상이 달라지면 일도 달라지기에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世異事殊變處方)”고 말했다.

사실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정작 실행단계에서는 공직사회의 저항으로 유야무야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대해 ‘그럼 그렇지’라는 식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國將亡 必多制 : ‘나라가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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