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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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학의 전 차관 재수사도 흐지부지할 건가

별장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재수사하는 검찰의 태도가 묘하다. 지난해 수사에서 김 전 차관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배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무혐의 처리한 당시 검사에게 수사를 또 맡겼다. 수사 의지를 의심하게 되며,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로 떠오른다. 검찰이 노골적으로 제 식구를 감싸고 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수사는 ‘성접대 사건’ 동영상 속 여성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고소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이 여성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변호인과 함께 그제 검찰에 출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던 검사가 이번 사건을 다시 맡은 것을 알고 기겁을 해 조사도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변호인은 “해당 검사에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며 사건 재배당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검찰의 해명이 어처구니없다. 수사의 효율성 운운했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검사가 수사를 담당하는 게 실체적 진실 규명 차원에서 맞다”고 했다. 궤변에 가깝다.

검찰이 지난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을 때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 비판은 비등했다.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경찰조차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을 정도다. 검찰은 당시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4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도 시종일관 소극적이었다. 김 전 차관을 딱 한 차례 소환 조사했고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요청한 체포영장과 출국금지 신청도 거부했다.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검찰 진술 내용을 공개하며 검찰 수사를 비난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재수사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분명하게 가려야 한다. 그래야 검찰에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과 불신을 걷어낼 수 있다. 담당 검사를 본 뒤 기겁을 하고 돌아선 고소인의 행동에는 그만 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담당 검사를 바꿔야 한다. 피해 여성은 김 전 차관을 또 무혐의 처분하면 재정신청을 통해 법원 판단을 구하겠다고 했다. 땅바닥에 떨어진 검찰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면 전향적인 결정을 하기 바란다.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