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원 논설실장 |
우리 땅에도 눈물이 넘쳐흘렀다.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날, 온 국민이 울었다. 자식 둔 부모들은 제 아들딸을 찬 바다에 두고 온 양 눈물을 한 바가지씩 쏟았다. 그렇게 몇 날 며칠, 열흘, 한 달을 보냈다. “구해주지 못해 미안해….” 이 한마디에 또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139일, 지금은 어떤가. “피곤하다”고 한다. “대체 뭣들 하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 말을 하는 이는 펑펑 울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참담하다.
“피곤하다.” 왜 이런 소리가 나오는가. 지긋지긋한 정쟁을 또 보게 되니 그렇다. 숱하게 봐온 이념 갈등, 정치 갈등의 기제가 또 작동한다. “결국 또 그렇게 변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지난 넉 달 보름을 되짚어 보자. 유가족 주변에는 온갖 사람이 모여들었다. 상당수는 과거 때만 되면 정권 심판을 외치던 그 사람들이다.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에서는 어땠는가. 야당도 세월호 참사를 지렛대 삼아 정권 심판론을 내걸었다. 세월호 진상 국정조사특위? 잘될 리 있겠는가. 첫날부터 여야는 뿔뿔이 진도로, 인천으로 갔다. 싹수가 노랗더니 석 달을 입씨름만 하고 청문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끝냈다. 정쟁 수단으로 변해버린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그 맥이 또 비슷하다. 여야 대표가 두 번이나 뜻을 모았지만 깨진 세월호특별법 합의안. “유가족의 뜻”이라고 한다. 유가족을 둘러싼 사람들이 늘상 봐온 그 사람들이니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리 있겠는가. 야당은 또 길거리로 나섰다. 민의를 모아 의회민주주의를 이끌어가야 할 바로 그 정당이다. 거리로 뛰쳐나간 내막을 들여다 보니 알량한 권력 다툼이 어른거린다. 여당은? 별반 나을 것도 없다.
많은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할 터다. “또 편 가르기냐.” 열 중 예닐곱은 “세월호특별법과 민생·경제법안을 분리 처리하라”고 한다. 무슨 뜻이겠는가.
정작 상처받는 쪽은 유가족이다.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 하지만 정쟁의 중심에 놓여버렸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둘러싼 갑론을박, 보상금을 둘러싼 소리들. 왜 나오겠는가. 정쟁이 낳은 찌꺼기다. “우리가 언제 돈을 바랐느냐.” 많은 유가족은 울분을 터뜨린다. 이런 참담한 일도 없다.
더 참담한 것은 국민이다. 세월호 참사가 던진 화두가 무엇인가. ‘적폐를 뿌리뽑아 깨끗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그 뜻은 어디로 갔는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정쟁만 있고, 적폐 척결에 대한 말은 없다. 이 나라 정치인이 그렇다. 딴짓만 하니 배는 산으로 간다. “공직 부패를 뿌리뽑을 ‘김영란법 원안’을 처리해 나라 혁신의 기틀을 닦자”고 외치는 의원은 눈 씻고 보려야 볼 수가 없다. 부패 의원들이 줄줄이 수갑을 차니 “정쟁으로 여론을 호도하자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대체 뭣들 하는 것이냐.”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겠는가.
의원들에게 묻게 된다. 부끄럽지 않은가. 청진기와 약을 바리바리 싸 종종걸음으로 죽음의 땅을 향하는 의사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들은 의사요 나는 정치인”이라고 할 텐가. ‘뜻 없는 꾼’을 지도자로 불러야 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슈바이처 지도자’, ‘나이팅게일 정치인’은 없는가.
강호원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