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군사령부 검찰부는 이날 “가해병사인 이모 병장, 하모 병장, 이모 상병, 지모 상병 4명에 대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주위적으로 살인죄,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미필적 고의란 자기의 행위로부터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발생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인정하고 있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즉 가해자들이 윤 일병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계속 폭행을 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3군사 검찰부는 살인죄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범행 당일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가파른 등 윤 일병의 이상상태를 가해자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지속적인 구타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또 운전병이었던 이모 병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해자 3명은 대학에서 의료관련 학과 재학 중 입대해 일반인보다 우월한 의료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점도 감안됐다.
윤 일병의 사망 원인도 변경됐다. 3군사 검찰부는 좌멸증후군과 속발성 쇼크를 주요 사인이라고 판단했다. 좌멸증후군은 구타 등으로 근육 조직 붕괴가 일어나면서 발생한 유독물질이 혈액으로 쏟아지면서 각종 장기에 이상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현상이다. 또 속발성 쇼크는 외상으로 대량 출혈이 발생해 쇼크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당초 28사단 검찰부는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등을 사인으로 봤다.
윤 일병 사건 현장검증. |
가해병사 4명에게 일률적으로 살인죄가 적용된 것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가해자들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찬성론과 함께 법리적 이유보다는 국민 정서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검찰단은 앞서 지난달 8일 3군사 검찰부에 윤 일병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3군사 검찰부는 가해 병사 4명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서 “다른 가해자에 비해 이모 병장의 폭행 및 가혹행위 횟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이 병장 휴가기간에 나머지 가해자에 의한 잔인한 구타 및 가혹행위가 계속됐고 목격자인 김모 일병도 피고인들이 저지른 폭행의 강도나 잔혹성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가해병사 4명의 가담 정도가 모두 똑같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사법원에서 명명백백하게 가려지겠지만 군 검찰이 4명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 검찰 관계자도 “다분히 국민적 정서를 고려한 법적용”이라며 “재판과정에서 뒤집힐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worldpk@segye.com